2008동리-목월 문학상 수상자 이제하 씨-허영자 시인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2008 동리-목월 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소설가 이제하(71) 씨와 허영자(70) 시인이 올해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며 제정된 상이다. 수상작은 이 씨의 장편소설 ‘능라도에서 생긴 일’(세계사)과 허 시인의 시집 ‘은의 무게만큼’(마을)이다. 두 작가의 수상소감을 들어봤다.》

▼“팔방미인 소리 들어도 내 살아온 길은 산문적”▼

■ 동리문학상 소설가 이제하 씨

장편소설 ‘능라도에서 생긴 일’(세계사)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제하(71) 씨는 “한국문학의 거목이자 품이 크고 넓었던 김동리 선생의 이름으로 상을 받게 되니 영광스럽다. 다들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라선지 큰 상에 기뻐해주고 한턱 내라는 이가 많다(웃음)”며 감회를 전했다.

1956년 ‘새벗’에 동화 ‘수정구슬’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소설가, 시인 겸 화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이 씨는 “원고료만으로 생활이 되지 않아 이것저것 하다 보니 팔방미인 소리를 듣게 됐지만 한 가지로 일가를 이루기 힘드니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니 그게 주이고, 내 살아온 현실도 산문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설집 ‘독충’ 이후 6년 만에 발표했던 수상작은 우리 사회 면면에 흘러오고 있는 분단 문제를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새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진 이들에게 우연히 권총 하나가 주어지면서 각 인물의 내면과 상처의 역사가 드러나게 된다. 심사위원단은 “도시에 사는 익명의 개인들이 앓고 있는 독특한 병리 현상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낸 실험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씨는 “광복 직후 좌우익 대립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조금도 진전된 것이 없는데도 젊은 세대들은 분단 문제를 잊어버리려 한다. 그들에게 뭔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인터넷이란 매체를 빌려오게 됐다”며 “익명으로 모이는 사이버 공간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하려다 보니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끌고 가는 독특한 구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의 이런 설정은 3, 4년 전 작가가 직접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도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며 시, 소설, 그림을 올리고 사람들과 교류한다.

“쓸 게 잔뜩 밀려 있는데 내년 3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릴 전람회 준비로 정신이 없다”고 말한 그는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전집 마무리 작업도 해야 하고 장편도 두서너 권 더 써야 한다. 시집도 한 권쯤 펴낼 생각”이라며 경계를 넘나드는 여전한 창작열을 보여줬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나고 자란 모국에 감사 좋은 시 쓰는것도 애국”▼

■ 목월문학상 허영자 시인

갭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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