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우리이웃 중국동포 ‘가시방석’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일자리 앗아간다” 시샘 받고… 정부는 친족초청 제한 방침

얼마 전 친구가 자신의 아기를 돌봐주는 중국 동포 아줌마 자랑을 했다.

어느 날 퇴근 후 함께 대형마트에 갔는데, 이 아줌마가 유기농 코너에서 과일을 여러 종류 고르더란다. “아줌마, 거긴 비싼 코너예요”라며 말렸는데도 아줌마는 굳이 비싼 친환경 과일들을 카트에 담아 자신이 비용을 지불했단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보니 이 아줌마는 친구의 아기에게 신선하고 좋은 과일을 먹이려 했던 것이다. 아줌마의 아기 사랑에 친구는 완전히 감동을 받았다.

야근이 잦은 친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에 입주해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을 구해야 했다. 처음엔 한국인 보모를 원했지만 부부의 빤한 월급으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인 아줌마를 쓰기도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남의 집에 입주해 일하려는 한국인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단다. 중국 동포 보모는 그녀에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여성의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아기를 중국 동포에게 맡기고 일터로 나가는 직장 여성이 많아졌다. 중산층 아파트촌의 놀이터에는 유모차를 끌고 산책 나온 중국 동포 아줌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연을 들어보면, 그 아기들의 엄마들은 며칠씩 집을 비우는 항공사 국제선 스튜어디스,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바쁜 회사원 등 입주 보모가 절실한 엄마들이다.

친구의 아줌마처럼 자신이 돌보는 아기를 친딸처럼 극진히 사랑하는 중국 동포도 있지만 위생관념이 형편없는 것은 물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해 엄마가 집을 비운 시간에 아기를 소홀히 다루는 중국 동포들도 있다. 그래서 맞벌이 엄마들은 늘 불안하다.

그런데 요즘엔 중국 동포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워낙 불황이라 중국 동포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한국 정부의 방침이 바뀔지 모르니 서둘러 중국에 다녀와야 한다”며 출국하는 중국 동포들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요새 북새통이다. 최근 친족 초청인원 제한 등 한국 정부의 중국동포 관리 강화 방안으로 이들의 재입국이 불가능할 것이란 ‘뜬소문’도 파다하다.

좋으나 싫으나 지금 한국 사회는 중국 동포와 더불어 살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그들이 키우고, 식당의 음식도 그들이 만든다. 중국 동포 문제는 한민족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정책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각 가정에서도 서로 믿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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