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야 기부한다? 능·력·나·눔 품앗이가 더 값지죠!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프로그래머 등 재능 살려 복지단체 봉사

시인-서예가는 작품으로 후원활동 독려

“내 능력으로 도움 준다는 것이 더 뿌듯”

《“이 아이들의 가슴 속에 무슨 꽃이 피고 어떤 나무가 자라는지/나는 알지 못 한다/그래도 나는 이 아이들이 좋다/…/이 아이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길/서귀포 모래밭 순비기꽃보다/더 순한 빛깔이 그들에게서 나오고/천년을 사는 사오댄 나무보다/더 오래가는 생명이/그들에게서 시작되므로” (도종환, ‘아이들을 위한 시’)

도종환 시인은 7월부터 자신의 시로 많은 사람이 후원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단체인 굿네이버스에 여러 편의 시를 써서 기부했다. 단체 소식지에 실린 이 시도 그 가운데 하나다.

TV 드라마 ‘엄마는 뿔났다’의 제목 그래픽 글자, 소주 ‘참이슬’의 상표 글자를 쓴 캘리그라퍼 강병인 씨도 최근 굿네이버스의 나눔운동을 독려하는 문구와 그림이 담긴 서예 작품을 이 단체에 기부했다.》

○ 후원금이 아니어도 좋아요

기부활동은 흔히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기부활동을 하는 ‘능력나눔’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시인은 시로, 서예가는 글씨 작품으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기부하는 것이다. 캐리커처, 풍선아트, 미용에서부터 마술, 수지침, 작곡, 목소리 기부까지 개인의 작은 능력이 사회복지단체의 활동을 돕는 소중한 기부가 된다.

기업들도 회사가 가진 특성을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기부한다. CI디자인업체인 소디움 파트너스는 사회공헌활동의 일부로 사회복지단체의 CI를 리뉴얼해주고 프로그램업체인 알툴즈는 알집, 알씨 등 프로그램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했다. 탤런트 최수종, 인기모델 변정수 씨 등 연예인들은 이 단체의 홍보 영상, 광고 등에 무료로 참여함으로써 단체를 돕고 있다.

○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기

이 같은 능력나눔은 유명인사나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프리랜서 서정식(53) 씨는 취미로 시작했던 DIY 가구를 만들어 저소득 아동들이 공부하는 센터에 가구를 나눠준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주니 아이들이 너무 기뻐했다”며 “그 모습을 보니 가구를 만들 때도 더 정성과 노력을 많이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개발자 윤승민(29) 씨도 굿네이버스 전산팀의 회원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 그는 “돈을 기부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나의 프로그램 개발능력이 이 단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능력나눔이 널리 알려지면서 학습지도, 외국어, 식사보조에서부터 건축, 기계설비 등까지 자신이 가진 능력을 기부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굿네이버스 능력나눔의 일반인 참가자는 2006년 378명에서 2007년 479명으로 늘었고 올해엔 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사회복지단체에서도 일반인의 손쉬운 기부가 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인 기아대책도 일반인으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자원봉사 신청을 받고 있다. 해외결연아동과 교환하는 편지를 쓰는 데 필요한 편지 번역 같은 언어봉사, 후원자에게 전화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전화봉사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굿네이버스 임경숙 팀장은 “자신의 능력이 남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능력나눔 봉사에 일반인이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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