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어두워지니 무심-무아…자연과 더 많이 대화하게 됐죠”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에세이집 펴낸 지명 스님

“귀가 어두워지니까 무심(無心), 무아(無我)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이전에 경전에서 문구로 이해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최근 에세이집 ‘그것만 내려놓으라’를 출간한 지명(60·사진) 스님.

갓난아기 때 이불에 싸인 채 절에 들어와 성장한 그는 젊은 시절 조계사에서 이어폰을 낀 채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스님으로 이름이 났다.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템플대 종교학과에서 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에는 65일간 요트로 태평양을 횡단하기도 했다.

“요트를 수리하려고 바다로 들어갔는데 귀에 문제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덕분에 불필요한 것은 듣지 않게 됐고 자연과 더 많은 교류를 하게 됐습니다. 꼭 들어야 한다면 사람 입술을 읽죠. 욕심이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기에 그것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이 책은 생활 속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례를 통해 불교의 핵심 개념인 무(無)와 공(空)을 풀이하고 있다. 책 내용이나 스님의 삶 자체가 무척 닮았다.

경기 의왕시 청계사와 속리산 법주사 주지를 지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중앙종회 의원 등 모든 직함을 버린 뒤 안면도에 있는 안면암과 충북 괴산군 각연사를 오가면서 수행과 포교를 하고 있다.

“산다는 것이 끝없이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마음을 쉬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끊임없이 주는 보살도 정신이죠. 사람들이 실제로는 가난하지 않은데 남과 비교해서 가난해져요. 이 비교심을 무(無)로 지워야죠.”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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