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어두워지니까 무심(無心), 무아(無我)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이전에 경전에서 문구로 이해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최근 에세이집 ‘그것만 내려놓으라’를 출간한 지명(60·사진) 스님.
갓난아기 때 이불에 싸인 채 절에 들어와 성장한 그는 젊은 시절 조계사에서 이어폰을 낀 채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스님으로 이름이 났다.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템플대 종교학과에서 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에는 65일간 요트로 태평양을 횡단하기도 했다.
“요트를 수리하려고 바다로 들어갔는데 귀에 문제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덕분에 불필요한 것은 듣지 않게 됐고 자연과 더 많은 교류를 하게 됐습니다. 꼭 들어야 한다면 사람 입술을 읽죠. 욕심이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기에 그것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이 책은 생활 속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례를 통해 불교의 핵심 개념인 무(無)와 공(空)을 풀이하고 있다. 책 내용이나 스님의 삶 자체가 무척 닮았다.
경기 의왕시 청계사와 속리산 법주사 주지를 지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중앙종회 의원 등 모든 직함을 버린 뒤 안면도에 있는 안면암과 충북 괴산군 각연사를 오가면서 수행과 포교를 하고 있다.
“산다는 것이 끝없이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마음을 쉬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끊임없이 주는 보살도 정신이죠. 사람들이 실제로는 가난하지 않은데 남과 비교해서 가난해져요. 이 비교심을 무(無)로 지워야죠.”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