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 요정에서 ‘줌마렐라’까지 당대의 아이콘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CF로 만인의 연인 등극

영화-드라마 넘나들며 ‘흥행 보증수표’ 자리매김

이혼후 육아 책임지며 ‘절절한 아줌마 연기’ 뭉클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속삭이는 ‘깜찍한 요정’에서, 아줌마들의 꿈인 ‘줌마렐라’ 신드롬까지….

2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진실(40) 씨는 1980년대 후반 이후 20여 년간 영화와 드라마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낳으며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동명여중과 선일여고를 졸업한 뒤 1988년 MBC 탤런트로 출발해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데뷔 초 최 씨의 별명은 ‘최 수제비’. 어려웠던 어린 시절 홀어머니, 남동생 진영 씨와 수제비를 물리도록 먹은 탓에 수제비를 맛있게 끓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1989년 삼성전자의 TV CF에 출연해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깜찍하고 여성스러운 대사로 단박에 ‘만인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 광고를 통해 최 씨는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CF의 요정’으로도 불렸다.

‘남부군’(1990년)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뒤 박중훈 씨와 출연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년)가 히트를 치며 주연급 여배우로 성장했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1991년)과 ‘미스터 맘마’(1992년)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이후 최 씨는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옆집 동생이나 누나 같은 친근한 인상을 주었고 꿋꿋하게 자기 앞길을 헤쳐 나가는 ‘똑순이’ 이미지도 얻었다.

정상급 스타로 자리 잡은 계기는 최수종 씨와 함께 출연한 트렌디드라마 ‘질투’(1992년)였다. 이 드라마 이후 최 씨는 ‘신세대’의 사랑과 세태를 반영한 아이콘이 됐으며 90년대 트렌디 드라마 인기를 이끌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새로운 여성상을 원하는 90년대에 최진실이라는 배우는 서민적이고 순박하지만 똑부러지는 모습이 오버랩되며 독특한 아이콘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최 씨의 배역은 대부분 평범한 직장 여성이나 억척 아줌마 등 서민층을 벗어나지 않았다. 화려한 배역보다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대중 친화적인 배우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개인사는 순탄치 않았다. 1994년 매니저였던 배병수 씨가 살해되는 사건에 휘말려 구설에 올랐다. 배 씨는 최 씨의 운전사였던 전모 씨에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고 최 씨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최 씨의 인기는 여전했다. 영화 ‘마누라 죽이기’(1994년) ‘편지’(1997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6년) ‘그대 그리고 나’(1997년) 등 출연작마다 성공을 거뒀다. 1991년 대종상, 춘사영화제,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고 1995년 대종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1997년 MBC 연기대상 대상, 1998년 한국방송대상 여자탤런트상 등을 수상했다.

2000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투수 조성민 선수와 결혼해 최고 여배우와 스포츠 스타의 첫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결혼 2년 만인 2002년 이들은 별거에 들어갔고 2004년 8월 조 씨가 최 씨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2004년 9월 이혼했다.

최 씨는 결혼 생활이 파경에 이르는 과정이 노출돼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루머와 가십에 시달렸고 그를 광고 모델로 삼았던 건설회사는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입혔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혼 후 최 씨는 활동을 중단했다가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남편의 배신과 암에 시달리면서도 악착같이 살아가는 ‘맹순’ 역을 맡아 아줌마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맹순의 삶과 실제 최진실의 삶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몰입한 연기에 갈채를 보냈고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이 47%에 이르렀다.

3월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선 당대 톱스타와 매니저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아줌마 홍선희 역을 맡아 ‘줌마렐라’(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자꾸 망가지는 역할만 맡느냐”는 질문에 “외모는 망가지더라도 맘껏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웃고 있어도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난다”고 답했다.

최 씨는 어머니와 가장으로서 아이들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보여 5월에 여덟 살 아들과 여섯 살 딸의 성과 본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었다. 이에 대해 아줌마 팬들은 “이혼한 뒤 아이들과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제2의 전성기’를 다지고 있던 그는 최근까지도 내년 2월 방영 예정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2’의 대본을 들고 다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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