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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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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일주일 딸과 함께 문화논쟁’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딸에게 전하는 백만 불짜리 충고’ ‘내 딸아 여자라서 불가능한 일은 없단다’….
‘치크리트(chick-lit)’는 가고 ‘딸’들이 뜬다.
한동안 출판계를 강타했던 치크리트 열풍이 잦아들면서 딸을 전면에 내세운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8, 9월에만 소설 자기계발 인문서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이런 콘셉트의 책이 10종 가까이 출간됐다.
딸을 매개로 한 도서는 주로 부모가 딸에게 인생이나 사랑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대표적인 책이 영국 여성작가 엘리자베스 노블의 소설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랜덤하우스코리아)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네 딸에게 쓴 진솔한 편지를 다룬 내용으로 지난달 하순에 나와 3주일 만에 벌써 2만여 부가 팔렸다.
출판사 측도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작가여서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 신선영 문예출판팀장은 “치크리트에 식상한 독자들이 (치크리트의) 톡톡 튀는 감각도 유지하면서 감동까지 전해주는 스토리를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출간된 롤라 제이의 소설 ‘매뉴얼’(그책)도 마찬가지. 서른 살에 죽은 아버지가 어린 딸이 열세 살 생일부터 서른 살 생일까지 매년 생일에 읽어볼 수 있도록 남긴 인생의 매뉴얼을 담았다.
청소년 자기계발서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잔소리’(형설라이프)나 에세이 ‘사랑하는 딸아 세상을 가슴에 품어라’(버들미디어) 등도 분야는 달라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또 다른 흐름은 딸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방식.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디자인하우스), ‘하루 10분 일주일 딸과 함께 문화논쟁’(에코리브르),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플러스문화사) 등이 최근 출간됐다. 그렇다면 왜 아들이 아니고 딸일까. 인터넷 서점 ‘Yes24’의 최세라 도서팀장은 “치크리트 장르가 20, 30대 여성이 주요 독자로 나서는 발화점이 됐다면 딸이란 테마는 좀 더 폭넓은 여성 독자층으로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최근 10, 20대들이 가족의 소통 부재로 얻지 못한 조언을 책에서 찾으려 하며 영 어덜트(Young Adult) 출판시장이 급성장한 것처럼 ‘세상의 딸들’ 역시 심리적 안식을 책에서 찾고픈 욕구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