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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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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하는 ‘멋진 하루’(이윤기 감독·12세 이상 관람가)에서 백수 병운(하정우)이 재회한 옛 연인 희수(전도연)에게 던지는 대사다.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신 5개월의 35세 새댁 전도연은 “나이는 노력으로 어쩔 수 없다. 전혀 신경 안 쓴다”며 웃었다.
“임신 5개월… 나이 신경안써”
영화에 나온 “너무 평범하다”라는 대사는 데뷔 때부터 따라다닌 얘기. 그는 “내 외모 자연스러워서 좋아한다”며 “데뷔 때 미인 여배우 대열에 끼기 힘들었지만 스트레스는 없었다. 있었다면 성형했겠지”라고 말했다.
―희수처럼 헤어진 연인 다시 만나고 싶나.
“궁금하고 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다. 예전 감정 아직 느낀다. 다시 만나도 그럴까 궁금하다.”
영화에서 희수는 “1년 전 꾼 돈 갚으라”며 옛 애인 병운을 찾아간다. 병운은 그 돈을 갚겠다며 희수를 데리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닌다. 영화는 이들이 재회한 이상한 하루를 그렸다.
―희수는 ‘연인이 나쁜 상황에 처하면 매정하게 떠나는 물병자리 여자’로 나온다. 실제로 남자가 실패하면 떠나버리는 타입인가.
“그럴지도. 나도 물병자리다. 푸근하게 감싸주는 거 못한다. 연애할 때는 온몸을 아낌없이 불사르지만 아니다 싶으면 확 돌아선다.”
“욕심 많았는데 결혼 후 여유도…”
―늦둥이 막내다운 욕심이 늘 보인다. 상대 배우와 경쟁하는 느낌. 발전의 원동력이겠지만 한계로도 작용하지 않을까. ‘푸근한 전도연’은 기억하기 어려운데….
“욕심이 정말 많다. 뭐든 완벽해야 성에 찬다. 가끔 내 연기에서 완벽해지려 하는 몸부림을 본다. 열등감이 많아서인 것 같다. 상대가 잘하는데 내가 못하면 폐가 되니까.”
―참 힘들겠네.
“나를 괴롭히는 게 몸에 뱄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용납 못 한다. 요즘 스스로에게 지치면서 조금 변하고 있다.
―연기에서?
“아니. 사생활에서. 결혼은 가족 아닌 ‘남’과 가까이 부딪치며 사는 거다. 결혼 후 사람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자기 삶이 정답인 것처럼 사는 희수… 나랑 많이 닮았다. 희수는 하루 만에 크게 변하지만 나는 천천히 깨친다. 그런 변화가 연기에도 조금씩 여유로 묻어나지 않을까.”
―그래선지 ‘멋진 하루’에서는 잘하려고 애쓰는 티가 별로 없다.
“‘밀양’(2007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빨리 떨쳐내고 싶었다. ‘밀양이 전도연의 정점이었다’는 소리 들을까봐 무서웠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욕이야 먹겠나’ 센 척하면서 스스로 다독였다. ‘멋진 하루’ 보고 나서야 오랜만에 뿌듯하고 편안해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