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성의 보여줬지만 아직 미흡”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올림픽 불자선수 환영 법회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불자 선수 환영 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날 종교편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경찰청장 파면 등 다른 요구 사항들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올림픽 불자선수 환영 법회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불자 선수 환영 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날 종교편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경찰청장 파면 등 다른 요구 사항들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성난 불심(佛心)이 누그러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 범불교대책위원회(범불교대책위)’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에는 대통령이 사과한다는 말도 없었고 지금까지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적도 없었는데 일단 불교계 요구대로 국무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했다”며 “경찰청장 파면과 공직자 종교편향 근절 입법조치 등 3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좀 더 성의를 가지고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책위원장인 원학 (조계종 총무부장 스님)은 사태 수습과 관련해 “아직 미흡하다. 정부가 나머지 세 가지 사항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지 좀 더 지켜보겠다”면서도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이전보다 성의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요구 사항을 이행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날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정권 퇴진 운동’ ‘산문폐쇄(山門閉鎖)’ 등 극단적인 표현이 사라진 대신 비교적 차분하게 정부 조치를 촉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범불교도대회 상임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진화 스님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모임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대통령과의 대화’가 아닌 국무회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나온 정부의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단됐던 정부와 불교계의 접촉도 다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의 공식 대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원학 스님은 최근 강윤구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과 맹형규 정무수석비서관을 잇달아 만났다. 그는 “두 수석에게 불교계 입장을 이해시켰는데, 이번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께 불교계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분들과 대화하면 경찰청장의 파면 건 등에 대해 긍정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불교계가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는 등 최근의 기류 변화는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비롯한 대규모 집회에 대한 부담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종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 할 일 많은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조계종 교구 본사의 한 주지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라는 ‘큰 칼’을 쓴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는 속사정이 있다. 그래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와 불교계가 모두 패배자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이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 간 대화위원장인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는 “불교계가 아쉽겠지만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불교계와 정부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원불교 김대성 문화사회부장은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진정성이 있다면 관용과 화합, 화해와 상생의 종교인 불교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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