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3분


‘겨자씨’의 한 회원이 녹음실에서 소리 주보를 녹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겨자씨’의 한 회원이 녹음실에서 소리 주보를 녹음하고 있다. 사진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내 소리가 다른 사람들이 신앙생활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안 되는데….”

“목소리가 너무 낮은데 조금만 더 높여주세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의 한 녹음실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녹음봉사회 ‘겨자씨’ 회원들이 주고받는 얘기다. 마치 가수의 음반 녹음 장면처럼 진지한 분위기다. 신앙생활에서 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소리 주보 서비스’ 녹음이기 때문이다.

겨자씨는 지난해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 9개 교구의 홈페이지를 통해 시각장애인들과 여러 가지 이유로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톨릭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는 소리 미사 서비스도 매일 제공하고 있다.

1993년 모임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임순남(61) 씨는 “소리 서비스를 받는 분들이 우리 목소리에 따라 세상을 다른 모습으로 그리거나 미사에 대한 느낌도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자씨는 매주 월요일 정기 모임을 비롯해 주 3회 녹음하고 있다. 소리 주보는 표지 설명으로 시작해 복음말씀, 안내 등 7쪽으로 구성된다. 약 1시간 분량으로 녹음 작업에는 3∼4시간 걸린다. 듣는 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6명이 한 조가 돼 돌아가면서 녹음한다.

회원은 18명으로 40, 50대 여성이 대부분이며 7∼1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회원도 있다. 겨자씨의 지도수녀인 김 마리클라우디아 수녀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감동해 3번이나 반복해 들었다는 시각장애인도 있고, 캐나다에서 소리 주보를 듣고 감동했다는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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