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일 2030세대 “역사 제대로 아는 계기”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1분


28일 경기 여주군의 명성황후 생가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명성황후가 기울어가는 국운을 감지하고 애통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에이콤
28일 경기 여주군의 명성황후 생가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명성황후가 기울어가는 국운을 감지하고 애통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에이콤
뮤지컬 ‘명성황후’ 여주 생가서 하이라이트 공연

“한 목숨 보존조차 힘들었던 삼십 년. 이 나라 왕비 됨도 하늘의 뜻인 것을. 기꺼이 그 짐을 지기는 지리오만.”

명성황후가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회한에 찬 노래를 부를 때 관객은 숙연해졌다. 무대는 넓지 않은 한옥 마당이었지만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안타까워하는 국모의 심정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일본인 자객에게 시해당한 비운의 국모 명성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명성황후’ 하이라이트가 28일 경기 여주군 명성황후 생가에서 공연됐다. 한국관광공사와 여주군이 후원하는 ‘명성황후의 숨결을 찾아서-현장기행’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 22명과 한국 대학생 16명이 관객으로 이들은 모두 20, 30대 젊은이다. 미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참여자 가운데 일본인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명성황후가 왕비로 책봉돼 입궐하기까지 살았던 감고당(感古堂)을 지나 생가의 안채에 자리 잡은 참석자들은 명성황후 역의 이태원 씨가 마루로 나와 노래를 시작하자 금세 작품에 몰입했다. 명성황후가 어린 세자와 다정한 한때를 나누는 장면에서 따스한 웃음을 지었고, 홍계훈 장군이 마음을 고백하는 독창을 할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감상했다. 마이크도 없이 현악기 4대와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 진행된 소박한 공연이었지만 끝난 뒤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미야모토 요시미(27) 씨는 “명성황후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한일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다케시마(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배우면서 성장했다는 안도 사토미(23) 씨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다케시마와 관련해 한국과 다른 나라 친구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본과 한국은 가까운 나라인 만큼 우애를 다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도 문제를 보고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는 한국인 대학생 김수현(23) 씨도 “뮤지컬 장면을 보고 구한말 역사의 비극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9월 18일∼10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4만∼12만 원. 02-2250-5900

여주=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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