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페르시아展’ 결산 대담

  • 입력 2008년 8월 29일 02시 58분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2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대담에서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에 대해 “고대 문명 교류의 가교이자 융합의 용광로인 페르시아 문명의 실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함으로써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서 문명 교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문명은 움직입니다. 우리 사회도 문명 교류의 산물이고, 그 교류의 채널이 실크로드인데,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어요. 페르시아전은 고대 문명의 교류상을 본격 소개했습니다.

▽최=폐쇄적인 조선과 달리 고대사에 나타난 우리 민족의 정신은 국제성, 개방성입니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 수렵도의 말을 타고 달리며 뒤로 돌아 활을 쏘는 기법이 전시작 ‘사냥 무늬 은접시’에서도 나타납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양식이 발견된 적이 없죠.

▽정=실크로드는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로(路), 북방의 초원로, 남쪽의 바닷길로 나뉘는데, 오아시스로는 중국을 통하지만 북방 초원로는 내몽골을 거쳐 고구려가 장악한 국제무역도시 영주(지금의 랴오닝 성 차오양)로 이어졌습니다. 한 일본 학자가 저서 ‘로마 문화의 왕국 신라’를 통해 중국 일본이 상상할 수 없는 폭넓은 문명 교류가 신라에서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함께 전시된 사산 왕조 페르시아와 신라의 유리잔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우리가 로만글라스로 알고 있는 유리 제품은 페르시아 지역에서 생산됐습니다.

▽최=페르시아에서 생산된 유리 제품은 표면을 다듬은 초기 로만글라스와 달리 표면이 거칩니다. 이를 뭉뚱그려 로만글라스라 부르면 안 됩니다. 우리는 문명의 뿌리를 서구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제국도 사실 로마가 아니라 페르시아죠.

▽정=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가 서구문명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입니다. 서양사는 헬레니즘 문명을 그리스 문명의 세계화로 가르칩니다. 그러나 헬레니즘 문명은 그리스 문화라는 신부가 페르시아를 계승한 파르티아로 시집와 낳은 자녀입니다. 요람은 페르시아인데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계기로 오늘날 세계 문명이 어떻게 만나 융합돼 왔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최=‘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은 우리 문화의 유전자(DNA)가 국제성과 개방성에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앞으로 박물관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마야 잉카 등 다양한 세계 문명을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