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철학자’ 지제크의 ‘일상에 대한 독설적 답변’ 화제

  • 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정작 행복이 닥치면 행복하지 않았다

인생의 가장 큰 교훈은 ‘인생은 무의미’”

‘금세기 최고의 철학자’ ‘괴물 같은 철학자’ ‘철학계의 최고 유행’.

세계 철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 중 한 사람인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제크(59·사진)에게 붙는 수식어다.

독일 관념론과 정신분석, 마르크스주의를 통합한 사상을 토대로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게 지제크 사유의 특징.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과 현실 정치 참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들어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죽은 신을 위하여’ ‘지젝이 만난 레닌’ 등 최근까지 그의 저서 30여 권이 번역 출간되면서 ‘지제크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독설’ ‘난해함’을 특징으로 하는 지제크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상 등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언제 가장 행복했나.

“행복한 순간을 찾을 때 몇 번 행복을 느꼈지만 행복이 정작 닥치면 행복하지 않았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죽은 뒤에 다시 정신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죽은 뒤) 곧바로 화장되기를 원한다.”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어머니가 벌거벗고 있는 모습. 정말 싫었다.”

―생존 인물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유는….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이다. 그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인물이다.”

―당신의 특성 가운데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다른 사람의 곤궁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점.”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사랑을 나누기 전 여성 앞에 나체로 서 있었던 일이다.”

―당신이 산 물건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독일에서 새롭게 나온 헤겔 전집이다.”

―가장 소중한 물건은….

“바로 앞의 대답을 보라.”

―무엇이 당신을 우울하게 만드나.

“어리석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는 일.”

―사랑이란 무엇인가.

“커다란 불운이고, 괴물 같은 기생충이며, 작은 기쁨들을 모두 파괴하는 위급 상황의 영원한 지속이다.”

―당신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철학.”

―좋아하는 냄새는….

“썩은 나무처럼 점점 부패해 가는 자연의 냄새.”

―가장 경멸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

“고문하는 사람들을 돕는 의사들.”

―당신이 해본 일 가운데 최악의 일은 무엇인가.

“가르치는 일. 나는 학생들을 싫어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어리석고 따분하다.”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

“태어난 사실. 나는 ‘가장 큰 행운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 소포클레스의 말에 동의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

“19세기 초 독일로 가서 헤겔의 강의를 듣고 싶다.”

―인생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

“‘인생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의미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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