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섈 위 댄스?” 에든버러, 한국 비보이에 넋을 잃다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5일 오후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사랑하면 춤을 춰라’의 출연진이 역동적인 비보이 댄스로 거리 공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에든버러=유성운 기자
5일 오후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사랑하면 춤을 춰라’의 출연진이 역동적인 비보이 댄스로 거리 공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에든버러=유성운 기자
《“‘사춤’의 공연을 한 번 더 보고 싶으신가요 (Would you like to enjoy ‘Sa-choom’ one more time)?” “예에(yeah)∼.”

3일 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개막식 쇼케이스가 열린 영국 에든버러 콘 익스체인지 극장은 한국 댄스팀의 공연으로 달아올랐다.

댄스와 뮤지컬을 접목한 ‘댄스컬’ 작품인 ‘사랑하면 춤을 춰라(사춤)’는 타악기 연주공연 ‘드럼 캣’과 함께 한국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개막식 공연으로 선정됐다.

‘사춤’은 이날 행사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 공연을 갖기도 했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세계 최대 공연 축제 중 하나로 올해는 1700여 개의 단체가 참가했다. 이 중 개막식 쇼케이스에 초청된 작품은 14개뿐이다.》

英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한국팀 공연으로 ‘개막 팡파르’

세계 2만여 명의 공연 예술인들이 모이는 이 페스티벌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공연단체에 관문이나 교두보 같은 곳.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1999년)와 ‘점프’(2006년)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뒤 길이 열렸다. 올해 한국은 13개 팀이 참가했다.

한국 공연단체들은 개막 초기부터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사춤’은 개막식 쇼케이스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프레스 론치(4일)와 ‘프린지 선데이’(10일) 행사의 쇼케이스에도 초청됐다. 프린지 페스티벌 공식행사의 단골이 된 셈이다. ‘사춤’은 공연 인원이 16명이나 되는 데다 독특한 복장과 역동적인 비보이 댄스로 거리 홍보 공연에서도 시선을 붙잡는 공연 중 하나다.

공연을 관람한 호주 출신의 앨리 맥길 씨는 “음악도 좋지만 춤이 너무 멋있다. 움직임이 크면서도 정교한 기술들이 돋보여 무척 흥미롭다”며 “20대 여성에게 호응이 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춤’의 제작사인 두비컴 최광일 대표는 “현지 관객들의 취향을 감안해 복장을 고구려 무사 스타일로 개량한 것과 쌍절곤 등 마셜아트 관련 소품을 부각시킨 게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무용과 음악, 무술을 결합한 공연 ‘아리랑 파티’도 순항 중이다. 현지에서 발간되는 ‘이브닝 뉴스’ 1면에 사진과 함께 소개된 것을 비롯해 7개의 현지 신문이 다뤘다.

최소리 소리연구소 총감독은 “한 프로듀서로부터 페스티벌이 끝난 뒤 영국의 다른 곳에서 공연을 추진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태권도와 비보이의 대결을 그린 공연 ‘패밀리’에는 극장 객석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모여 임시 좌석까지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 폐품으로 만든 악기로 연주를 하는 ‘고물밴드 이야기, Uh!’도 거리 공연에서 “경이롭다”는 관객 반응과 함께 호응을 얻고 있으며, 한동대 학생들이 참가한 판소리 영어 뮤지컬 ‘요, 춘향’은 영어 가사로 된 판소리 공연 덕분에 “신선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한국 단체의 13개 작품 중 댄스를 바탕으로 한 공연이 8개로 특정 장르 편중 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대목. 언어의 한계 때문이라는 이유를 꼽기도 하지만 일본의 경우 11개의 작품 중 댄스 공연은 3개이고 음악 정극 코미디극 등 다양하다.

올해 프린지 페스티벌의 특징 중 하나는 정치 코미디의 강세다. 존 모건 프린지 페스티벌 총감독은 “영국에서는 새 총리인 고든 브라운이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고,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다수의 영미권 코미디 작품들이 이 부분을 많이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브라운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 후보 등 주요 정치인을 다룬 코미디 공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다. 4년 연속 매진을 기록한 프린지 페스티벌의 인기 작품 ‘뉴스 리뷰’에서는 선글라스를 쓴 두 남자가 무대에서 “인권에 대한 당신의 눈을 감아요, 그들(중국)이 승려(티베트)들을 쏘는 것 때문에 잠을 방해받지 말아요. 이건 단지 게임이니까” 등 중국 비판을 담은 노래를 불렀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한국 단체로는 처음으로 오디뮤지컬컴퍼니가 ‘가장 전도유망한 뮤지컬을 위한 오디뮤지컬 상’을 제정해 22일 시상식을 연다.

에든버러=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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