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53년 조지 워싱턴 ‘마스터 메이슨’ 승급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프리메이슨. 고대 성채와 신전을 건설하던 건축가들을 뿌리로 내세우는 중세 유럽 석공들의 길드(동업조합)에서 시작된 조직이다. 성당 건축이 시들해지자 석공이 아니더라도 회원 자격을 부여하면서 신대륙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가 거대한 결사조직으로 발전했다.

서양 근현대사에서 온갖 음모론의 중심에는 프리메이슨이 항상 있었다. 프랑스혁명, 미국의 건국, 러시아혁명, 케네디 암살 등의 배후가 프리메이슨이며 세계적인 기업과 언론, 학술, 정보기관이 모두 프리메이슨의 관할 아래 있다는 식이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5%는 ‘프리메이슨과 그 동맹조직 일루미나티가 세계 지배를 꾀하고 있다’는 소문을 사실로 믿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런 음모론이 터무니없다고만 들리지 않는 것은 몇 가지 단초가 되는 사실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건국. 미국 독립전쟁을 이끈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상당수 인사가 프리메이슨이었다는 사실은 거대 음모론의 주요 배경이 됐다.

1753년 8월 4일, 21세의 젊은 농장주 워싱턴은 버지니아 주 프레데릭스버그 프리메이슨 제4지부의 ‘마스터 메이슨(숙련석공)’이 됐다. 마스터 메이슨은 프리메이슨의 3단계 기본등급 중 도제와 장인에 이은 고위 등급이다.

워싱턴은 마스터 메이슨이 된 뒤 버지니아 의용군 소령으로서 첫 군사작전을 지휘하면서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1788년 대통령 취임 직전엔 알렉산드리아 제22지부의 ‘고명한 마스터’로 선출됐다.

당시 신대륙 엘리트 그룹에 유행하던 프리메이슨이 되는 것은 워싱턴에겐 일종의 통과의례였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 프리메이슨의 철학과 의식을 흡수한 그가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겼다는 추론이 무리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는 취임식 때 프리메이슨의 상징인 컴퍼스와 직각자가 새겨진 의복을 착용했으며, 또 다른 상징으로 여겨지는 피라미드와 '모든 것을 보는 눈'이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에 남아있다. 그의 이름을 딴 수도 워싱턴DC 역시 프리메이슨의 과학에 기초해 세워진 도시라는 주장도 나온다.

소설 ‘다빈치 코드’로 큰 논란을 야기했던 작가 댄 브라운이 지난해부터 집필 중인 작품 ‘솔로몬의 열쇠’의 소재도 프리메이슨이라고 한다. 소설의 무대도 워싱턴DC. 또 한 차례 거센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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