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9년 광대 그로크 사망

  • 입력 2008년 7월 14일 03시 01분


손에 땀이 맺히게 하고 가슴을 졸이게 하던 그 옛날 서커스.

이어지는 곡예 속에 터질 듯이 커져만 가던 긴장감도, 그러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광대가 나타나면 한순간에 풀어졌다.

어설픈 바보 연기로 등장할 때부터 관중의 웃음을 끌어내는 광대는 서커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연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감초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고 서커스 경기장을 박차고 나와 공연 무대의 주연이 된 광대가 있었다.

광대 세계의 전설로 남아 있는 그로크(Grock)다.

찰스 아드리엔 웨타치가 본명인 그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시계수리공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아마추어 연주자이자 곡예사였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보여 줬다.

그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호텔과 클럽에서 다양한 공연을 한 그는 14세 때 서커스 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그의 첫 역할은 광대가 아닌 공중곡예사였다. 이후에는 한동안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 악기를 연주했다.

23세가 돼서야 그는 비로소 광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브릭’이라는 이름을 가진 광대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그로크라는 이름도 그때 바꿨다.

3년 뒤 그는 당시 유명했던 광대 안토네트의 파트너가 되며 광대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안토네트와 프랑스, 북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을 돌며 공연을 하던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일반 극장 무대에서 공연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대에서의 공연 기술을 다듬은 그는 1911년 마침내 영국 런던에서 장기 무대 공연 계약을 따냈다.

2년 뒤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악기 연기를 무대에 처음 올렸다. 악기를 연주하는 바보를 코믹하게 보여 준 그의 연기는 대성공을 거뒀다. 실제 그는 24개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 주던 그는 74세가 돼서야 무대에서 내려왔다. 195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렸던 그의 마지막 공연에는 전 세계 60여 명의 기자가 직접 공연장을 찾아 취재를 벌였다.

은퇴 후 이탈리아 임페리아에 있던 자신의 대저택에서 여생을 보내던 그는 1959년 7월 14일 아내와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광대 인생을 마감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살던 저택은 그의 이름을 딴 그로크재단이 기금 모금을 통해 광대 박물관과 교육기관 등으로 재건하고 있다.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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