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방 정보원이 북한 미스테리 소설 썼다

  • 입력 2008년 7월 10일 20시 20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소설을 쓴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론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을 살려 북한을 바라보는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평양의 이방인'(황금가지)을 쓴 작가 제임스 처치(사진) 씨가 14일 책 출간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처치 씨는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서방 정보요원'으로 지내며 북한에서 활동한 경험이 녹아든 소설"이라고 말했다. 처치라는 이름도 가명인 작가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인물. 얼굴은 물론 국적도 감춘 채 "1940년대 생"이라고만 밝혔다. 언제 북한에 있었는지 묻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아주 젊었을 때부터"라고만 언급했다. 그는 "간첩(spy)은 아니고 정부간 협조나 사무적인 일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정도만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의 이방인'은 북한 인민보안성 소속 수사관 '오 검사원'이 주인공. 평양 고려호텔에서 발견된 외국인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내용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2006년 '고려호텔의 시체(A Corpse in the Koryo)'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오 검사원을 주인공으로 세 권의 시리즈를 냈으며, 네 번째 소설도 집필 중이다.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북한 주민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거죠. 어렵고 힘들어도 그들에겐 그곳이 '집'이니까요. 북한 주민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와 친절이었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손님을 따뜻하게 환영하죠. 1970년대 남한에서 느낀 인정과 비슷합니다."

처치 씨는 "평생 신분을 감추고 살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의 핵 협상 자리에도 있었냐는 질문엔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맞지만 꼭 협상을 했었다는 뜻은 아니다"고 답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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