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다이아 미스터’ 바쁘다 바빠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커플매니저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의 가슴은 부풀었다. 181cm의 키에 강남 8학군 출신.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이름을 들어본 미국 주립대학에서 유학을 했고 지금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닌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본인 소유의 32평형 아파트도 갖고 있다.

주말 오후 강남역 스타벅스에서 만나 본 그는 3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童顔)이었다. ‘이 정도면 골드 미스터가 아니라 다이아 미스터야. 서른다섯 될 때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하지만 이후 만남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듯 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커플매니저에게 도움을 청했다.

“회원님, 비슷한 스펙을 가진 분이 있는데 다른 분을 한번 만나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와 잘되도록 도와주지는 않고 왜 다른 사람을 자꾸 만나보라고 하세요? 횟수 채우는 게 목적인가요?”

이런 경우 커플매니저는 난감하다.

안타깝긴 하지만 영업비밀까지 말해 줄 수는 없다.

듀오, 닥스클럽, 선우 등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회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결혼정보회사는 미혼 남녀 사이에서 결혼으로 가는 옵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와 관련된 정보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회원으로 가입하고서도 친구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인 닥스클럽 유제천 사장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면 조건만 좇아서 결혼을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 친한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상류층의 경우엔 부모가 자녀 몰래 회원 가입을 하는 경우도 많아 본인이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혼 남녀들을 짝지어 주는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들은 배우자 정보에 앞서 결혼정보회사 정보를 먼저 아는 것이 결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결혼정보회사의 회원들의 성향이나 연령, 매칭 시스템을 제대로 알아야 ‘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영업비밀’을 소개한다.

● 가입비 100만∼800만 원까지 천차만별

듀오, 닥스클럽, 선우 등 ‘메이저’ 결혼정보회사의 가입비는 가장 저렴한 상품이 100만 원 초반이다. 결혼할 때까지 무한정 소개해주는 상품은 가입비가 800만 원에 육박한다. 일반 직장인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만나고 싶다면 가입비를 더 내야 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250만∼300만 원 정도다.

기본 상품에 가입하면 보통 남자는 10번, 여자는 5, 6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같은 돈을 내고도 남자한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이유는 남녀 성비의 불균형 때문이다. 회원의 성비가 대부분 3 대 7 정도로 여성 회원이 많다.

닥스클럽 이수연 홍보마케팅이사는 “여성의 경우 35세 전후가 되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주선하는 소개팅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이성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결혼정보회사에는 34∼36세의 여성 회원이 가장 많다. 이들은 자신들과 동갑이거나 한두 살 연하인 남성을 가장 선호한다. 32∼34세 남성의 경우 35세 전후의 ‘올드 미스’뿐만 아니라 결혼 적령기에 진입하는 28∼32세 여성들이 선호해 결혼정보회사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연령층이다.

문제는 결혼정보회사마다 이 연령대의 남자 회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소개로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듀오 김수정 노블팀장은 “결혼정보회사에서 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한 연령대가 32세에서 34세의 남성”이라며 “이 연령대의 남성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면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킹카라고 퀸카 바로 소개 해주지 않아

커플매니저들은 결혼정보회사와 나이트클럽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짝을 찾기 위해 남녀가 모이고, 중간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 있어서 부킹과 미팅이 이뤄지고, 더 많은 사람이 모이도록 ‘물 관리’를 한다는 점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하는 ‘물 관리’ 방식은 간단하다.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질 만한 회원이 가입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게 하는 것이다.

‘다이아 미스터’를 바로 ‘다이아 미스’에게 소개해 주는 게 아니라 ‘골드 미스’나 ‘실버 미스’도 만나게 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도금녀(鍍金女)’에게도 소개해 주는 것이다. 일종의 ‘의무 방어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플매니저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여도 그들을 바로 만나게 하지는 않는다”며 “그들이 서로 첫눈에 반해서 다른 사람을 안 만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말했다.

‘킹카’를 ‘퀸카’에게 바로 소개해 주지 않는 것은 ‘물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혼율(成婚率)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닥스클럽 임은주 커플매니저는 “100만 원이 넘는 가입비를 내기 때문에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아무리 괜찮은 상대를 만나도 첫 만남에서 만나게 되면 본전 생각에 혹은 남은 기회에서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나겠지 하는 기대감에 다른 사람을 또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그와 그녀’의 스토리에서 그녀는 6번 중 5번째 만남이었고 그는 10번 중 2번째 만남이었다. 기회가 한 번밖에 없는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지만 두 번째 만남인 그는 앞으로 8번의 기회가 남은 만큼 다른 사람을 더 만나보겠다는 뜻을 커플매니저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안됐지만 커플매니저는 그의 뜻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 능력-매력 등 본인 눈높이에 맞춰야

대부분의 미혼 남녀는 자신이 괜찮은 신랑감, 신붓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은 나쁠 게 없다. 문제는 그런 자신감이 지나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자신에게 딱 맞는 배우자감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퇴짜를 놓는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몇 번 반복되면 마흔은 금방이다.

그렇다면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어떤 사람을 경쟁력 있는 배우자로 규정할까.

닥스클럽 커플매니저 5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능력’과 ‘매력’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한다.

‘능력’의 5대 요소는 경제력, 외모, 학력, 가정환경, 직업 등이다. 이 중 하나는 탁월해야 한다. 어느 정도 돼야 탁월한 지는 본인보다는 커플매니저가 더 잘 안다.

이런 조건이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아서 만나게 되면 이때부터는 ‘매력’이 중요하다.

매력은 유머, 매너,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 자신감, 개인기 등 5가지를 꼽는다. 이 중 3가지 이상은 갖춰야 한다.

이수연 이사는 “결혼정보회사는 자신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환상에서 꺼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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