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1>見亡知存, 見霜知氷

  • 입력 2008년 6월 2일 03시 01분


見(견)은 사람 위에 눈을 배치하여 보는 작용을 부각시켰다. 意見(의견)이나 見識(견식)의 뜻 외에 동사 앞에서 피동을 표시하는 역할도 한다. 見辱(견욕)과 見疑(견의)는 모욕을 당하다와 의심을 받다의 뜻이 된다. 謁見(알현)처럼 뵙다의 뜻이거나 나타나다 또는 드러내다의 뜻이면 ‘현’으로 읽으며, 現(현)이나 顯(현)과 통한다.

亡(망)은 사람이 숨는 것을 나타냈으며 본뜻은 逃亡(도망)하다이다. 사라지거나 亡失(망실)하다 또는 滅亡(멸망)하다의 뜻이 있다. 없다는 뜻일 때는 ‘무’로 읽으며 無(무)와 통한다.

知(지)는 화살인 矢(시)와 口(구)를 합한 글자이다. 인식하는 것이 빨라서 입에서 반응이 화살같이 빠르게 나오는 것을 나타냈다고 풀이한다. 存(존)의 본뜻은 가엽게 여기다 또는 보살피다이다. 存在(존재)하다 또는 生存(생존)하다의 뜻, 保存(보존)하다 또는 생각하거나 留念(유념)하다의 뜻이 있다.

霜(상)은 서리이다. 희다는 뜻으로 霜眉(상미)나 霜髮(상발)처럼 쓰이며, 고결함이나 엄정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얼음인 氷(빙)은 빙(빙)이 본 자이다. 이수변으로 불리는 빙(빙)은 얼음이 언 모양을 본뜬 것이다.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남는 것을 아는 것은 그렇게 되는 이치를 깨닫는 것이며, 또 남은 것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서리를 보고 한겨울 얼음의 차가움을 아는 것 역시 같다. 그러려면 주의 깊은 관찰과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크게는 한 나라나 온 세상의 흥망성쇠를 대하면서, 그리고 어느 사회의 번영과 몰락을 대하면서, 작게는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몸과 마음의 건강 문제를 대하면서도 그리해야 마땅하리라. 西漢(서한) 劉向(유향)의 ‘說苑(설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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