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둘리… 태권브이… 토종 캐릭터 화려한 부활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7분


회사원 김선희(34) 씨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최근 조카 선물을 사려고 할인마트에 들렀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 씨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완구에 그려진 캐릭터는 미국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일본 산리오의 ‘헬로 키티’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완구코너는 ‘뽀롱뽀롱 뽀로로’와 ‘로보트 태권 브이’ 등 국산 장난감이 점령하고 있었다. 인형은 물론 전동 로봇, 비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상품은 다양했다.

이마트 완구 바이어인 노희석 과장은 “요즘엔 뽀로로만 붙이면 무조건 잘 팔린다”며 “이마트에서 팔고 있는 캐릭터 완구 중 절반은 국산 캐릭터”라고 전했다.

국내 캐릭터 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 방영에 그치지 않고 로열티 수입, 뮤지컬 제작 등으로 캐릭터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릭터 산업은 부가가치가 큰 서비스산업이기 때문에 캐릭터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와 불법복제 방지 등의 지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6세 뽀로로 3700억원 가치

26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07 캐릭터산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은 2005년 4조2879억 원, 2006년 4조4109억 원, 지난해 4조6635억 원 등으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외국 캐릭터 일색이던 국내 캐릭터 시장에 부활의 불씨를 지핀 것은 2003년 11월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등장한 뽀로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 의뢰해 최근 매출과 이익 등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집계한 결과 뽀로로가 3700억 원으로 키티(4000억 원)나 푸우(3400억 원)와 엇비슷했다.

뽀로로 관련 캐릭터 사업을 하는 아이코닉스는 총 430여 종의 상품에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로열티 수입만 41억여 원을 올렸다. 뽀로로 애니메이션은 프랑스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82개국에 수출돼 23억 원의 수입을 거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5년부터 ‘뽀로로와 요술램프’, ‘뽀로로와 별나라 요정’ 등을 제작해 3년 만에 관객 50만여 명을 끌어 모았다. 이는 국내에서 비교적 잘나가는 뮤지컬인 ‘그리스’ 관객이 6년 동안 40만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197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로보트 태권 브이’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부터 ‘대한민국 로봇 등록증 제1호’를 받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로보트태권브이는 지난해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를 디지털로 복원해 70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성과를 올린 데 이어 최근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자받아 실사 영화 제작 작업에 착수했다.

또 1980년대의 ‘아기공룡 둘리’는 현재 150여 종의 상품과 라이선스 계약을 한 데 이어 올해 10월부터 또 다른 시리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 투자 활성화-불법복제 근절 과제

전문가들은 캐릭터산업은 부가가치가 큰 만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신(新)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적극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만 하더라도 연간 5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TG’를 30만 대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개선되어야 할 점은 모조상품 근절이다. 한 국내 유명 완구회사는 정품 가격의 30%인 중국산 ‘짝퉁’으로 연간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릭터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적절한 시점에 투자를 받는 것도 숙제로 꼽힌다. 김락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장은 “캐릭터 사업자들이 은행에서 담보 가치를 평가받는 데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며 “애니메이션 기획단계에서부터 관련 상품 제조 등을 준비하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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