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으로 권총을 제압하는 고학력 액션영웅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다.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를 19년 만에 다시 눌러쓴 66세의 노장 해리슨 포드. 1989년 3편에서 아버지(숀 코너리)와 함께했던 동분서주 활극을 이번엔 아들 (샤이아 라보프)과 함께 재현한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첫 시사가 열린 18일 프랑스 칸. 거리 곳곳엔 돌아온 액션 영웅을 환대하는 팬들의 열광이 가득했다. 19년 만에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신작은 시리즈 전작들이 보여준 패턴을 성실히 반복했다. 하지만 그 반복은 식상하다기보다 반갑다는 인상이 앞선다. 이 작품은 조지 루커스(제작), 스티븐 스필버그(감독), 해리슨 포드(주연) 삼총사의 재회라는 사실만으로도 연초부터 영화계의 뜨거운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컴퓨터 그래픽(CG)에 길들여진 신세대 관객 앞에 1억25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들여 맨몸 블록버스터의 전설을 부활시켰다. 5개 문답으로 그 전설을 해부했다. 한국 개봉은 22일.》
① 66세 노익장 맨몸 액션?
땀에 젖은 셔츠를 찢어 가며 세계를 누비는 존스 박사의 스태미나는 여전하다. 자신에게 겨눠진 총을 채찍을 휘둘러 가로채고, 적군의 트럭에 육탄으로 난입해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은 군인들을 허깨비처럼 쓸어버리고 차를 가로채는 등 예전 버릇 그대로.
‘겁에 질린 불사신’ 모습도 변함없다. 수십 명의 군인이 집중 사격해도 총알이 그의 몸을 피해 간다. 3편 ‘마지막 성전’에서 한 번 겪었던 ‘차를 타고 천길 낭떠러지 추락’을 세 번 반복해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름살이 그대로 보이는 얼굴 때문에 조금만 더 젊게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② 영 인디(Young Indy)의 정체는?
2007년 ‘트랜스포머’의 주연으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샤이아 라보프(22)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제작진이 시사 전까지 철저히 함구했던 대목이다.
3편에 출연했던 고(故) 리버 피닉스처럼 존스 박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것이라는 예상과 2편 ‘죽음의 사원’에 나온 쇼트 라운드(조너선 키 퀀)의 뒤를 잇는 조수라는 의견 등이 분분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너무 평범하게 등장한다. 미리 그 정체를 말해도 스포일러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지 않다. 라보프는 복장 외에는 닮은 구석이 없지만, 존스 박사의 아들로 나온다.
③ ‘크리스털 해골’의 고향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성궤, 마법의 돌, 성배 등 비밀리에 전해진 고대 유물을 차례로 추적했다. 4편에 등장한 크리스털(수정) 해골은 마야 문명의 유산. 정교한 가공 기술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역대 시리즈에 등장했던 유물처럼 신비한 힘을 지녔다. 미국과의 냉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소련군이 해골을 얻기 위해 존스 박사와 싸움을 벌인다.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크리스털 해골의 정체는 살짝 당혹스럽다.
④ 황혼에도 로맨스는 반복되는가?
혈기왕성 존스 박사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시리즈에 등장한 섹시한 여성 조연과 로맨스를 벌였다. 아버지 헨리 존스(숀 코너리)와의 삼각관계가 밝혀지는 장면은 3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4편의 변수는 1편 ‘레이더스’에 나왔던 첫사랑 매리언 레이븐우드(캐런 앨런)와의 재회다. 여전히 왈가닥인 그녀를 의식해서일까. 소련군 장교로 등장한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와는 목숨을 건 대결 구도만이 펼쳐진다.
⑤ 칸의 반응은?
시사 4시간 전부터 뤼미에르 극장 부근은 ‘티켓을 구한다’는 팻말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에는 종일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메인 테마 음악이 울려 퍼졌다.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은 스필버그 감독과 해리슨 포드의 인터뷰 장면으로 넘쳐났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모인 시사회장에 영화 시작과 함께 ‘루커스 필름’이라는 자막이 뜨자 요란스러운 휘파람과 환호성이 가득 찼다.
시사 전에 “채찍이 될지 성배가 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던 AP AFP 등 외신들은 “인디아나 존스가 ‘위험한 칸의 모험’에서 살아남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칸=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내겐 관객뿐… 비평의 채찍 두렵지 않다”▼
칸에서 만난 해리슨 포드
“두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18일 오후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시사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연 해리슨 포드(66)는 “비평가의 반응은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감 가득한 노배우의 눈빛이 은빛 귀고리처럼 반짝였다.
“그들(비평가)의 채찍은 당연히 저에게 날아오겠죠. 하지만 저는 돈을 내고 극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고객들을 위해 제가 가진 경험을 연기에 녹여내는 데 집중할 뿐, 다른 것을 걱정할 여유가 없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3편 ‘최후의 성전’이 만들어진 1989년은 리쎌 웨폰(1987년), 람보3(1988년), 다이하드2(1990년) 등 육체의 힘을 강조하는 근육질 액션 대작의 전성기였다. 19년 만에 나온 ‘인디아나 존스’ 4편은 컴퓨터 그래픽(CG)을 절제하고 몸으로 부딪치는 1980년대식 액션을 재현했다.
포드는 4편 크랭크인을 앞두고 6개월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대부분의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한 그의 육체는 3편과 다름없이 팽팽하다. 그의 나이를 실감케 하는 것은 얼굴의 주름과 희끗해진 머리카락뿐이다.
“관객은 스턴트맨이 대신했거나 CG가 사용된 부분을 정확히 구별해냅니다. 액션엔 인간의 감정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CG 기술이 발달해도 고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가 보여 주는 ‘인간적인 액션’의 즐거움이 그리워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에 자리를 함께한 스티븐 스필버그(62) 감독은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그(포드)가 인디아나 존스의 중절모를 다시 쓰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며 “4편에서 그는 스토리와 조연 캐릭터 설정 등 영화 제작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