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20>衝風之末, 力不能漂鴻毛

  • 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03분


衝(충)은 行(행)이 부수이고 重(중)은 음을 나타낸다. 行(행)은 왼발로 걷는 모습인 척(척)과 오른발로 걷는 모습인 V(촉)을 합한 것으로 걷는다는 뜻이라는 설과, 갑골문에 나타난 십자형의 거리 모양대로 길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다.

衝(충)은 要衝(요충)처럼 교통 요로인 큰 길을 뜻한다. 찌르거나 돌격하다 또는 부딪치다의 뜻과 치솟다의 뜻도 있다. 衝突(충돌)은 앞으로 튀어나옴이나 부딪침 또는 상호 모순됨을 뜻한다. 衝天(충천)은 하늘에 치솟을 듯 기세가 맹렬함을 뜻하고, 衝冠(충관)은 머리카락이 곤두서서 모자를 찌를 듯 극도로 분노함을 뜻한다. 여기의 衝風(충풍)은 맹렬한 바람을 뜻한다.

末(말)은 木(목) 위에 획을 더해 끝가지의 소재를 나타냈다. 이렇게 만든 글자를 指事字(지사자)라고 한다. 漂(표)는 물에 뜨다 또는 띄우다의 뜻과 흔들리거나 나부끼다 또는 유랑하다의 뜻이 있다. 漂流(표류)는 물에 떠서 흘러감 또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을 뜻한다. 빨래하다의 뜻과 漂白(표백)하다의 뜻도 있다.

鴻(홍)은 큰기러기 혹은 고니를 가리킨다. 크거나 성대하다는 뜻이 있다. 鴻鵠(홍곡)은 큰기러기와 고니로 포부가 큰 사람을 뜻하며 제비와 참새인 燕雀(연작)과 상대적이다. 鴻圖(홍도)는 원대한 계획이고, 鴻毛(홍모)는 기러기 털로 아주 가벼운 것을 비유한다.

아무리 맹렬한 바람도 최후에 멈출 때는 가벼운 깃털도 날리지 못한다. 강한 활로 쏜 화살도 사정권의 끝에서는 얇은 천도 뚫지 못한다. 아무리 큰 힘도 쇠퇴하여 최후를 맞이할 때는 아무 역량도 발휘할 수 없다. 형세 변화에 따른 역량의 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만물의 이치이다.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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