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엽기동물들 모여! 어른들은 웩, 아이들은 까르르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냄새나는 동물들/실비아 브란제이 글·잭 킬리 그림·이충호 옮김/80쪽·7500원·미래아이(초등 3∼4학년)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지저분하다. 꼬질꼬질하다.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도 폴폴 풍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좋아한다. 지저분하고 꼬질꼬질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집파리를 보자. 집파리는 계속 토했다 먹었다를 반복한다. 파리는 이빨이 없기 때문에 액체로 된 음식물을 먹고 산다. 쿠키같이 고체로 된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위에서 소화액을 게워 내 먹이에 뱉는다. 소화액이 먹이를 녹여 액체로 변하게 한 후 혀로 핥아먹는다. 파리는 소화액을 토할 때 직전에 먹었던 음식물의 일부도 토해놓는다. 파리가 앉았던 음식을 무심코 집어먹으면…. 상상만 해도 더럽지만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익살스럽게 묻는다. “만약 파리가 직전에 먹었던 음식이 개똥이라면? 우욱!”

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다룬 이 과학책은 동물들의 분류방식도 독특하다. 토한 것을 먹는 동물들(파리, 반추동물, 불가사리, 새), 똥을 좋아하는 동물들(쇠똥구리, 촌충), 피를 먹는 동물들(이, 빈대, 거머리, 진드기), 점액을 내뿜는 동물들(먹장어, 칠성장어, 민달팽이)….

온갖 더러운 이야기를 통해 동물들의 생태나 습성을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친근한 대화체여서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들이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밝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 덕이 크다. 책 중간 중간에는 코코아 가루와 오트밀로 ‘가짜 똥 만들기’와 옥수수 녹말과 빨간 식용 색소로 ‘가짜 피 만들기’ 등도 소개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더럽고 엽기적인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데 있다. 이 책 첫 장인 ‘책을 읽기 전에’에 나오는 이 ‘역겨운 동물’을 생각해 보자.

“이 동물은 몸이 아주 커. 우리보다 최소한 10배는 크지. 그리고 털이 거의 없어. 몇몇 군데 빼고는 온몸이 살갗으로만 뒤덮여 있는데 몇 군데에는 털이 잔뜩 나 있어. 그리고 특별한 장소를 정해 놓고 똥과 오줌을 누는데 같은 장소를 여러 마리가 함께 이용해. 한 마리가 그곳에 가서 똥을 누면 다른 녀석도 거기서 똥이나 오줌을 누려고 줄 서서 기다린다니까. 몸 전체에서 땀이 나는데 그 냄새를 감추려고 밀랍이나 식물, 지방 같은 걸로 자기 몸을 북북 문질러. 그렇게 문지르는 물질 때문에 더욱 역겨운 냄새가 나지. 성질도 더러워서 아주 난폭하게 변할 수도 있어….” 이 동물은? 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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