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어린아이 둔 엄마들 불안한 봄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모르는 사람이 ‘맛있는 거 사줄게’라고 하면 따라갈 거야?”

“응.”

“아는 동네 아저씨인데 ‘저기서 엄마가 부르셔’ 하면 따라갈 거야?”

“응.”

지난달 네 살배기 둘째 아이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나눈 대화다. 절대로 안 된다고, 너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사람은 지금 함께 사는 가족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고모 말고는 안 돼”라고 따라하지만 영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요즘 애 가진 부모들은 어딜 가나 이런 이야기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관리해야 할지 불안하고, 무섭고, 막막하다.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방과 후 4시간 동안이나 사라져 경찰서에 신고를 한 뒤 ‘죽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는 형을 따라 학원에 갔다가 나타난 아들을 붙잡고 엉엉 울면서 한 말은 그저 “고맙다”였다고 한다.

또 다른 엄마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로부터 ‘생활지도’ 편지를 받았다. 일주일에 몇 차례 정도 ‘안전교육’을 실시하라는 건데 내용은 이랬다.

“옆집 OO네 엄마 알지? 그 아줌마가 엄마가 시켰다면서 함께 가자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어떤 아저씨가 차 타고 함께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아이에게 이런 교육을 시키면서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부모들은 당혹스럽다.

그럼 도대체 동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 주민들에게 인사하라고 시키는 모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에게 ‘인사는 하되 믿지는 말라’고 교육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그래도 할 수 없다. 이게 어린애를 둔 부모들이 내리는 결론이다.

물론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흉악한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낮에 힘으로 어린애를 끌고 가려는 세상이니 말이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얌전한 이웃’이라는 평범한 외피를 쓰고 지역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세상 아닌가.

흉악한 연쇄살인범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살면서 겪은 ‘사랑의 결핍’ 때문에 사고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기억, 함께 살던 여자의 배신 등 심리적인 충격은 잠재돼 있던 왜곡된 기질을 깨운다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마당에 비뚤어진 심리가 어딘가에서 점점 자라고 있지 않을까 두렵다. 끔찍한 범죄에 눈살 찌푸리지만 말고 내 아이를 사랑으로 잘 건사하는 게 이 시대를 사는 부모의 소명이 아닐까.

하임숙 산업부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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