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美워싱턴서 다시 문여는 언론박물관 ‘뉴지엄’ 르포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세계 주요신문 1면뉴스 생생하게 보여줘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청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이처럼 미국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언론박물관으로서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전당인 뉴지엄(NEWSEUM·News+Museum)이 11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다시 문을 연다. 2002년 버지니아 주 알링턴 시대를 마감한 지 6년 만이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잇는 펜실베이니아가 한복판에 새로 자리 잡은 뉴지엄은 정식 개관에 앞서 8일 언론에 새로운 시설을 선보였다.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이루어진 이 언론박물관의 외관은 ‘세상을 보는 맑은 창(窓)’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상징하듯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유리로 만들어졌다. 건물 좌측 벽면에는 22.5m 높이의 대리석에 수정헌법 1조 전문(全文) 45단어를 새겼다.

총면적 2만3225m²인 이 박물관에는 4차원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극장 15개와 갤러리 14개가 마련됐다. 총투자액은 4억5000만 달러(약 4500억 원).

뉴지엄의 최고경영자(CEO)인 찰스 오버비 씨는 “이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모두 비워야 한다 하더라도 워싱턴을 찾는 세계인들이 이 건물 외벽에 조각된 수정헌법 1조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박물관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 워싱턴 한복판서 동아일보를 만나다

뉴지엄 3층에 마련된 ‘월드 뉴스 갤러리’는 미국 언론을 제외한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지구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소상히 알려준다.

특히 한국 언론 중에는 유일하게 동아일보 8일자 1면을 프린트해 전시하고 있었다. 알링턴 시절부터 보관해 오던 1920년 4월 1일 본보 창간호도 전 세계의 기념비적 신문들과 함께 이 박물관 5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뉴지엄 이사인 조 어셸 씨는 “전 세계 500개 언론사에서 보내오는 PDF 파일 중 대륙별로 몇 개의 나라를 선정해 1면에 소개된 주요 뉴스를 소개한다”고 말했다.

뉴지엄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www.newseum.org)에도 동아일보는 세계의 권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메인 화면의 ‘오늘의 1면(Today's Front Pages)’ 코너에는 동아일보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유에스에이투데이, 르몽드 등 6개 유력지의 제호가 나와 있고 이 코너를 클릭하면 전 세계 주요 언론의 당일자 1면을 볼 수 있다.

한국 언론 중에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소개하고 있다.

○ ‘최고의 쌍방향(interactive) 박물관’

뉴지엄은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과 원활한 쌍방향 교류가 이뤄지는 소통의 장을 지향하고 있다.

2층에 마련된 방송기자 체험 코너도 이 박물관의 자랑거리다.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 포토맥 강변 등의 배경을 선택한 뒤 생방송처럼 방송 카메라를 작동시킨 채 마이크를 잡고 리포트를 할 수 있다.

방송기자 체험이 끝나면 어느새 박물관 직원이 리포트 장면을 즉석 촬영한 사진을 건네준다. 박물관 홈페이지의 ‘펀 앤드 게임스(FUN and GAMES)’에 가면 자신의 리포트 장면을 30일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기자나 신문사 데스크, 뉴스 진행자 등의 역할도 체험해 볼 수 있다.

○ 박물관에서 만나는 역사의 현장

이제는 역사가 된 현장에서 공수된 진본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이 박물관의 묘미다.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노스타워’에 있던 길이 9.44m의 방송수신용 안테나와 당시 현장에 있다 숨진 사진기자가 사용했던 카메라, 그 카메라에 찍혔던 참화의 현장도 4층에 전시돼 있다.

1989년 11월에 무너져 내린 베를린 장벽의 일부분도 지하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1층에서 퓰리처상을 받았던 보도사진 68점과 그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들의 인터뷰를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공습이 진행되던 영국에서 CBS 라디오 방송기자들이 사용했던 방송장비를 비롯한 초기 취재장비 3000여 점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13∼64세 20달러, 7∼12세 13달러, 65세 이상 18달러.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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