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봄날의 ‘교향악 축제’ 20년 성년식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2분


20년간 304개 악단 436명 협연 기록

올해 전국 20개 교향악단 기량 겨뤄

피아니스트 김대진 지휘도 겸해 화제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제주시향의 ‘오돌또기’, 옌볜교향악단의 ‘고향의 봄’…. 해마다 4월이 되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한 달간 전국의 오케스트라가 겨우내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룬다. 로비엔 관광버스를 타고 온 전국 팬들의 사투리로 시끌벅적하고, 평소 음악회장에 잘 나타나지 않던 시장, 도지사, 국회의원들도 보인다.

1989년 시작된 교향악축제의 풍경이다. 올해 20회를 맞는 교향악축제는 유럽에서도 유례가 없는 ‘오케스트라의 전국체전’이다. 특히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교향악축제는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하는 문화 마당이 됐다.

○ 차이콥스키, 말러, 브루크너…

교향악축제에는 그동안 총 304개 교향악단(중복 포함), 436명의 협연자가 참여했다. 지휘자 중에는 박은성(17회) 임헌정(16회),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11회), 피아니스트 김용배 김대진 이경숙(이상 5회)이 가장 많이 초청됐다. 1회 축제 때 ‘안트리오’가 국내 첫 무대를 가진 것을 비롯해 협연을 통해 수많은 연주자가 기량을 인정받았다.

20년간 교향악축제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은 무엇일까.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 12회로 1위를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각각 10회로 공동 2위이다.

교향악축제는 말러와 브루크너 붐을 일으켰다. 1998년 부천필하모닉은 임헌정의 지휘 아래 말러 교향곡 4번을 연주했고, 다음 해부터 4년간 ‘말러 시리즈’ 대장정을 펼쳤다. 이 시리즈로 부천필은 교향악축제의 스타로 떠올랐고, 경기 부천시는 문화도시 이미지를 얻었다. 수원시향의 지휘자 박은성은 2004년부터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매년 연주해 왔고, 제주시향(지휘 이동호)도 브루크너 전곡 시리즈에 동참했다. 2005년엔 브루크너 교향곡이 4곡이나 연주될 만큼 ‘브루크너 열풍’이 거셌다.

○ 스무 살의 교향악 축제

올해 축제에는 20개 교향악단이 초청됐다. 개막공연엔 교향악축제 최다 출연자인 지휘자 박은성,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피아니스트 이경숙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축하무대를 꾸민다.

올해 화제의 주인공은 수원시향을 지휘하는 피아니스트 김대진이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피아노를 치면서 협연하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지휘한다. 경기필하모닉(지휘 금난새)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연주도 흥미롭다. 연주 도중 프랑스의 무대미술가 제라르 에코노모스가 이 음악을 주제로 해서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교향악축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오케스트라 장터’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해외의 교향악단이나 솔리스트들과도 더욱 많은 교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만∼3만 원. 02-580-1300

전승훈 raphy@donga.com

2008 교향악축제 일정표
날짜교향악단지휘자협연자
4월1일코리안심포니박은성이경숙(피아노)
김남윤(바이올린)
김인혜(소프라노)
2일KBS교향악단성기선조재혁(피아노)
4일부천필하모닉임헌정강주미(바이올린)
5일경북도립교향악단신현길박지은(플루트)
6일군포프라임필하모닉장윤성박종화(피아노)
8일대구시향이현세이정란(첼로)
10일성남시향김봉강충모(피아노)
11일인천시향천 주오왕이용규(피아노)
12일전주시향강석희피호영(바이올린)
13일원주시향정치용손열음(피아노)
14일울산시향김홍재최은식(비올라)
15일수원시향김대진김대진(피아노)
16일창원시향야자키 히코타로 강승민(첼로)
17일부산시향알렉산더 아니시모프김정은(피아노)
18일대전시향에드몬 콜로메르이승경(오보에)
19일경기필하모닉금난새송윤신(바이올린)
20일군산시향임동수윤철희(피아노)
21일강남심포니서현석 송영훈(첼로)
22일충남교향악단김종덕이성주(바이올린)
23일서울시향세이쿄 김신현수(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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