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30선]<12>내 안의 유인원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침팬지보다 더 잔인하고 보노보보다 공감 능력이 더 뛰어난 우리는 양극성이 가장 심한 유인원이다. 우리 사회는 완전히 평화롭거나 완전히 경쟁적이었던 적이 없다. 우리에게서는 친절과 잔인성, 고상함과 저속함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침팬지와 보노보라는 유인원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저명한 영장류 학자인 저자는 우선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두 종에 대한 관찰과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제시한다. 그런 다음 인간과 비교해 인간 본성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침팬지 사회에 대한 분석은 그동안 많이 이뤄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침팬지의 폭력적인 성향을 자세히 알게 됐다. 권력지향적인 침팬지 사회에서 수컷들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동맹을 하고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권력투쟁 와중에 집단 폭력이 발생하고, 다른 수컷의 목숨을 빼앗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침팬지의 폭력적 성향을 보면 인간은 본래 악하게 태어난다는 ‘성악설’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저자는 침팬지의 눈높이에서만 인간을 바라보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보노보 사회를 보지 않은 데 따른 오류라는 얘기다. 침팬지에 비해 덜 알려진 보노보는 250만 년 전쯤 침팬지와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유인원이다.

보노보는 침팬지에 비해 평화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유지한다. 보노보들은 충돌을 피하고 서로 돕는 ‘이타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충돌 직전까지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타협을 통해 긴장을 해소한다. 타협의 주된 방법은 섹스다. 섹스를 통하건 아니건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하려는 보노보의 모습은 ‘성선설’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두 종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낮과 밤만큼이나 성격이 대조적이다. 하나는 야심만만한 성격을 가진 반면 다른 하나는 평등주의를 구현하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이끌어 간다. 침팬지가 우리에게 씌워진 악마의 얼굴이라면 보노보는 천사의 얼굴이다.”

저자는 철학과 인류학의 다양한 명제를 끌어들이며 ‘내 안에 두 종류의 유인원이 있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간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고차원적인 접근과 해석은 제쳐두고라도 이 책은 유인원 이야기,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보노보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저자가 소개하는 보노보들의 성생활을 들여다보면 놀랄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노보는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하고 동성 간 행위도 빈번하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겼던 ‘정상위’ 체위까지 보인다.

침팬지와 보노보를 통해 분석한 인간 본성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인간은 내부에 두 종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그 양면성을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즉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유인원’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제 Our Inner Ape.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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