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4>엘러건트 유니버스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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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론은 만물의 최소 단위를 점입자에서 끈으로 대치시켰을 뿐이지만,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끈이론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그것이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충돌을 무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가장 어려운 물리학을 가장 쉽게 전달한 책.’

미국 컬럼비아대 수학 및 물리학 교수인 브라이언 그린을 일약 리처드 파인먼이나 칼 세이건만큼 유명한 과학저술가로 만들어 준 이 책에 쏟아진 찬사다. 그만큼 이 책은 일반인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현대물리학의 성취를 만끽하게 해 준다.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의 슈퍼스타였던 아인슈타인의 실패한 꿈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양대 기둥을 가로지르는 대들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시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상대성이론이 거시이론이라면 전자와 쿼크처럼 작은 존재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미시이론이다. 문제는 이 양대 이론이 수많은 실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이 꿈꾼 것은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만물이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본다”는 블레이크의 유명한 시 구절을 실현시켜 주는 아름다운 이론일 것이다.

모래(원자)와 세계(우주)를 연결하는 단일한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태초로 돌아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빅뱅이 있던 태초에 세계는 모래 한 알 크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태초에는 또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의 원천도 하나였을 것이다. 네 가지 힘이란 중력, 전자기력, 핵붕괴와 관련된 약력, 그리고 핵 구조를 유지시키는 강력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착안해 이 네 가지 힘을 하나로 묶는 통일장이론을 구축하면 만물이론이 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를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이후 불가능한 꿈이라고 여겨졌던 이 만물이론의 유력한 후보가 초끈이론이다. 초끈이론은 끈이론과 초대칭이론이 합쳐졌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끈이론은 쉽게 말해 물질의 최소 단위가 점이 아니라 끈이라는 가설 아래 펼쳐지는 이론이다. 바이올린 줄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듯이 끈의 진동에 의해 다양한 입자와 힘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초대칭성이론은 우주의 기본입자가 양자역학상의 독특한 대칭성을 지닌 짝으로 돼 있다는 이론이다.

끈이론이 음악적이라면 초대칭이론은 조화롭다. 그래서 그 둘이 결합한 초끈이론은 조화로운 음악을 빚어낸다. 이 책의 제목이 ‘우아한 우주’인 이유다.

저자는 물리학에서 이론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며 초끈이론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에 진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서남표 총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기계적이고 딱딱하다고 느끼는 과학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를 함께 알리고 싶은 마음도 숨어 있을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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