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친구가 괴롭히니?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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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를 하는 학생 중에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었다. 곱슬머리에 창백한 얼굴,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작고 마른 체구. 어릴 때 병치레를 하느라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었다는 아이는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 책 읽기와 만들기를 더 좋아했다. 어느 날 아이는 얼굴에 심한 멍이 든 채 나타났다. 학원에 갔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생긴 상처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 넘어진 것 치고는 상처가 너무 컸다. 나중에 아이의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일이지만, 같은 반 아이가 계단에서 밀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몸이 약한 아이를 자주 괴롭혔다고 했다. 그리고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아이가 몇 명 더 있다며 아이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꽤나 컸을 것을 생각하니, 아이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될 만한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암탉 데이지 집으로 돌아오다’(잰 브렛 지음·문학동네·초등 1∼3년)의 주인공 데이지는 메이메이네 농장에 살고 있는 행복한 닭이다. 하지만 데이지가 처음부터 행복했던 건 아니다. 몸집이 가장 작은 데이지는 다른 닭들한테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다른 닭들이 깃털에 머리를 파묻고 자는 동안, 횃대에서 쫓겨난 데이지는 진흙바닥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데이지는 잠잘 곳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가 강가에 매어놓은 시장바구니 안에서 잠을 잔다. 바구니가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개, 물소, 원숭이를 만나게 되는 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데이지는 점점 더 강해진다.

‘웨슬리나라’(폴 플레이쉬만 글, 케빈 호크스 그림·비룡소·초등 1∼3년)의 주인공 웨슬리는 조금 특별한 아이다. 피자, 탄산음료를 싫어하고, 축구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웨슬리는 유별난 행동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부모님도 웨슬리를 이해해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웨슬리는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웨슬리는 여름방학 계획으로 자신만의 멋진 문명을 만들기로 한다. 바람이 날라다 준 특별한 씨앗을 키워 열매를 따고, 요리를 만들고, 식물의 겉껍질을 이용해 모자와 옷감도 짠다. 그리고 새로운 문자와 셈법도 만든다. 학교친구들도 웨슬리나라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며,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잰 브렛은 ‘암탉 데이지 집으로 돌아오다’를 통해, 현실에서 도망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자신을 지킬 때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이 변해야만 다른 이들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폴 플레이쉬만은 ‘웨슬리나라’를 통해 다른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라고 이야기한다.

‘웨슬리나라’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이는 표정이 밝았다. 다시 읽고 싶다며 책을 빌려 달라고 했다. 아이는 웨슬리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머물러 있고 싶었나 보다.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데이지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겠지만 머지않아 노력하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약으로 치료가 되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란 쉽지 않다. 두 권의 동화책이 친구들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료해 주었기를 바란다.

동화작가 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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