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총칼로는 부족하다, 적을 배워라…‘MADE IN WAR’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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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E IN WAR/맥스 부트 지음·송대범 한태영 옮김/966쪽·3만9800원·플래닛미디어

변방의 소국에 지나지 않았던 영국이 16세기 들어 갑작스럽게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국가들이 서양 열강 앞에 무너져 내리고 있을 때 일본은 어떻게 홀로 일어나 중국과 러시아를 굴복시키고 세계 강국이 된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군사외교 전문가인 저자는 흥미롭게도 그 답을 전쟁에서 찾아낸다. 군사력을 키워 전쟁을 일으키고 그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를 탐구했다. 그 점이 참신하고 재미있다. 책의 부제는 ‘전쟁이 만든 신세계’.

1588년 에스파냐 무적함대와 영국 해군의 전투, 1803년 영국 인도와 마라타동맹의 아사예 전투, 1905년 러시아와 일본이 격돌했던 쓰시마 전투,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1945년 미국의 도쿄 공습, 1991년 걸프 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등 16세기 이후 500년 전쟁사를 훑으며 그 승전 요인을 찾아냈다.

저자는 20세기 초 일본의 승전 요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일본이 전쟁 상대국의 군사 무기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상과 문화까지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군사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무기나 전쟁 기술과 같은 군사력보다 그것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사회적 토대와 인적 자원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전쟁이 총칼만의 싸움이 아니며 강력한 군사력이 모든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베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대와 장소, 상대에 따라 전략이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강력한 군사력이 있다고 해도 패러다임의 변화, 자기 혁신이 없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수많은 전쟁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한 이 시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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