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먼저 웃어주세요…서비스가 달라져요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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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을 맞아 큰맘 먹고 아내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던 중 웨이터가 옆자리 손님에게 기념품(또는 특별한 디저트)을 주는 걸 봤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같은 돈을 낸 손님인데, 나는 왜 안 주느냐”고 소리쳤다.’ 이런 사람은 ‘꼴불견 고객’ 리스트에 올라 좋은 서비스를 못 받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 “특별한 날이니 아내를 기분 좋게 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부탁한다”고 미리 말하면 최상급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말을 맞아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지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곳에선 사소한 말 한마디나 행동이 ‘VIP 고객’이나 ‘꼴불견 고객’이냐를 결정한다.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단골이 아니어도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 꼴불견 고객 아닌 고마운 고객 되려면…

동아일보는 서울 시내 16개 호텔의 레스토랑 종사자, 벨 맨(투숙객을 방까지 안내하는 직원), 프런트 직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 고객의 태도가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서비스맨도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야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손님의 행동에 따라 ‘꼴불견 고객’과 ‘고마운 고객’을 구분했다. VIP 대접을 받으려면 우선 경멸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어떤 고객을 싫어할까.

‘꼴불견 고객’의 대표적 유형은 ‘반말족’(13명)이었다. 언제 봤다고 “야, 방 있어?”, “여기 물 좀 주지”라며 반말을 던지는 고객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반말을 듣고도 기분 좋게 서비스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직원의 사소한 실수를 빌미 삼아 할인이나 공짜 쿠폰을 바라는 ‘얌체족’(9명)도 골치 덩어리였다. ‘신분 과시족’도 있었다. “나 사장 친구인데….” “당신 지배인이 꼬마이던 시절부터 출입했는데….”

레스토랑은 예약과 관련해 꼴불견 고객이 많은 편이다.

예약도 하지 않은 채 좋은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거나, 레스토랑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도 받지 않고 무조건 안으로 들어가는 고객이다. 불만거리가 생겼을 때 무조건 “사장 어디 있어?”라거나 “매니저 어디 있어?”라고 말하는 ‘고위층족’도 꼴불견으로 꼽혔다.

다른 고객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신을 먼저 서비스해 달라는 ‘끼어들기족’, 여직원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사복을 입으면 더 예쁘겠네”라고 말하거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느끼족’, 공공장소인데도 떠드는 아이를 말리지 않거나 일행끼리 큰 소리로 떠들거나 금연석에서 담배를 태우는 ‘무례족’도 있었다.

꼴볼견 고객이 되지 않으려면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된다. 여기에 평범한 한 마디를 보탠다면 ‘고마운 고객’으로 격상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응답자들은 ‘직원과 눈을 마주쳤을 때 먼저 웃어 주거나 인사를 잘 받아 주는 고객’, ‘돌아갈 때 고맙다거나 맛있었다는 등 코멘트를 해 주는 고객’,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 말없이 기다려 주는 고객’, ‘대화에 호응해 주는 고객’이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름까지 불러 주면 금상첨화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불러 주거나 가족처럼 안부를 물을 때 ‘저절로 서비스가 좋아진다’고 응답한 사람이 9명이었다. 처음 이용하는 레스토랑이라면 왼쪽 가슴에 붙은 이름표를 슬쩍 보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효과 만점이다.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안주연’이란 명찰을 단 여성에게 “주연아” 또는 “미스 안”이라고 부르면 역효과가 난다. “안주연 씨”가 예의바른 호칭이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이용한 뒤 회사 대표 메일이나 팩스로 ‘감사 편지’를 써 주는 고객은 VIP 고객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포석을 쌓은 셈이다. 깔끔한 옷차림도 중요하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면 이용이 제한되는 호텔도 있고, 혹시 이용할 수 있다 해도 좋은 서비스를 받긴 힘들다. 레스토랑을 이용하려면 영업시간을 적어도 1시간은 남겨두고 도착해야 제 대접을 받는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목소리를 낮춰 말할수록 대우를 받는다. 불만거리나 개선사항을 조용히 말해 주는 고객에게는 미안해서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해 주게 된다는 게 서비스맨의 말이다.

○ 스페셜 디저트-무료 와인 등 서비스격차 커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얼마나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도 VIP가 돼 보지 못한 사람이다. 서비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지배인의 재량에 따라 색다른 디저트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가장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서비스하게 된다. 요리의 양마저 달라질 수 있다. VIP에게는 세트 요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음식을 다른 음식으로 바꿔 주기도 한다.

한 호텔 직원은 “VIP가 오면 그 손님이 어떤 자리를 좋아하는지, 어떤 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 와인을 선호하는지 등을 적은 조그만 쪽지를 받게 된다”며 “누가 서비스를 하든 손님의 취향에 맞춰 최상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VIP가 아프면 평소 좋아하는 수프를 싸서 병문안을 가기도 하고 오랫동안 해외에 있다 귀국할 때는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서비스를 받는 VIP는 매출액이 높은 극소수의 ‘큰손’이다. ‘큰손’은 아니더라도 품격을 갖춘 고객에게는 커피 한 잔이라도 더 리필해 주거나 빵도 갓 구운 따끈따끈한 것을 내놓게 된다.

호텔 방에 과일바구니 또는 와인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객실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것도 지배인의 재량이다. 한 호텔 지배인은 “처음 이용한 고객이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데 잘 서비스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과일 바구니를 드린 적이 있다”며 “고객이 부드럽고 친절하게 요구하면 호텔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한 레스토랑 지배인은 “자주 와서 돈을 펑펑 쓰면 VIP 대우를 받기도 하지만 돈이 VIP 대접의 모든 조건은 아니다”면서 “대우받는 고객으로서의 몸가짐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비스맨에 대한 태도가 비즈니스를 좌우하기도

서비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때로 비즈니스 거래의 성사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미국의 고급 샌드위치 전문체인인 ‘오봉팽’의 공동 창업자였던 론 샤이치 씨는 회사 법률고문의 유력한 후보자인 한 여성과 식사를 하다가 이 여성을 채용하지 않은 적이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자신에게는 공손하던 여성이 식당 종업원에게 깜짝 놀랄 만큼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한 정보통신업체의 CEO는 사업 파트너와 식사 도중 파트너가 웨이터의 실수를 유머로 넘기자 비즈니스 거래를 체결하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웨이터가 파트너의 고급 양복에 와인을 쏟았는데도 “오늘 아침에 바빠서 샤워를 못했는데 그걸 어찌 알았느냐”고 너스레를 떤 것.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를 판단하는 기준은 한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윤대현 교수는 “인간의 자존심 시스템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하나 서비스맨을 대할 때 자존심을 건드리는 표현은 삼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당신은 하는 일이 왜 그래? 그렇게 서비스를 해서 직장생활 오래 할 수 있겠어?”라고 말하기보다는 “지난번 모임 때 전반적으로는 다 좋았는데 요리가 나오는 속도가 모임의 흐름과 잘 맞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 자세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서비스맨들도 있다. 하지만 한 호텔 서비스맨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고객은 물론 왕이지만, 왕다운 서비스를 받느냐 못 받느냐의 50%는 고객의 태도에 달렸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촬영·편집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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