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미술시장…신정아사건 등 겹쳐 경매 찬바람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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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박수근 그림 대기중… 낙찰기록 깰지 관심

신정아 씨 가짜 학위 사건, 이중섭 박수근 그림 위작 사건에 이어 삼성 비자금이 미술품 구입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술시장이 얼어붙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대기업이나 재력가의 고가 미술품 구입을 향한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이들이 장기적이든 일시적이든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미술시장의 규모는 경매와 아트페어 매출액 2300억여 원을 포함해 총 4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이 중 30% 정도는 대기업 미술관이나 재력가가 구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삼성의 미술품 구입을 대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거래한 재력가만도 20∼30명 선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비자금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므로 그와 관련 있는 ‘큰손’들은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재력가들도 당분간 미술시장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올 상반기(1∼6월) 급상승하던 작품 가격이 가을 이후 조정 국면으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은 ‘악재 중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시장에선 이우환 이대원 천경자 사석원 씨 등 그동안 작품이 없어서 못 팔던 ‘블루칩’ 작가 작품의 가격이 9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유찰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큰손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조짐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을 폭로한 지 이틀 뒤인 11월 28일 열린 K옥션 경매에서 낙찰률과 낙찰액이 적잖게 떨어졌다. 낙찰률은 9월 경매 낙찰률 81.3%에 비해 10.6%포인트가 빠진 70.7%로 올해 메이저 경매 중 최저를 기록했다. 낙찰총액도 70억 원에 그쳐 K옥션의 목표액 120억 원에 크게 못 미쳤다.

블루칩 작가인 이우환 김종학 씨 등 고가 작품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데다 이 씨의 작품 9점과 중국의 인기 작가 웨민쥔(岳敏君) 장샤오강(張曉剛)의 고가 작품은 아예 유찰되고 말았다. 김순응 K옥션 대표도 “큰손들이 움츠러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오히려 미술시장의 거품을 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옥션의 박혜경 이사는 “미술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여력이 충분한 데다 이런 시점이 오히려 미술품 투자에 알맞은 시기라는 관측이 있어 머지않아 회복세를 보일 것 같다”고 낙관했다.

미술계는 5일 서울옥션 경매와 8일 D옥션의 경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메이저 경매의 결과가 내년 미술시장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45억∼55억 원인 마크 로스코(미국)의 추상화 ‘무제’, 추정가 15억∼16억 원인 데미안 허스트(영국)의 ‘점’, 2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박수근의 ‘노상의 사람들’(이상 서울옥션), 추정가 7억8000만∼8억8000만 원인 르누아르(프랑스)의 ‘풍경’(D옥션) 등. 특히 마크 로스코의 ‘무제’가 올해 5월 박수근의 ‘빨래터’가 세웠던 국내 미술 경매 최고가(국내외 작품 포함) 45억2000만 원을 경신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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