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된 유희열 여전히 토이스럽네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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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이 6년 반 만에 6집 ‘Thank you’ 발매

유희열(사진)의 프로젝트 그룹 ‘토이(Toy)’가 6집 ‘생큐’를 들고 돌아왔다. 5집 ‘페르마타’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6년의 공백은 새 앨범에 대해 그가 느꼈던 고민의 무게를 말해 준다. ‘부릴 수 있는 모든 음악적 역량을 아우른 걸작’으로 평가받은 4집 ‘어 나이트 인 서울’에 이어 ‘좋은 사람’ ‘내가 남자친구라면’ ‘소박했던, 행복했던’ 등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5집까지. 자연히 다음 앨범에 거는 기대는 커졌고 이는 고스란히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다 녹음 직전 서너 번 ‘뒤엎었다’.

결론적으로 6집은 여전히 ‘토이스러운’ 앨범이다. 앨범의 시작과 중간에 삽입된 피아노 소품곡, 쉬운 언어로 마음을 파고드는 노랫말,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달래 주는 그 감수성 등 토이 하면 떠오르는 소품들이 배치돼 있다.

특히 토이의 ‘단골’ 보컬인 김형중과 김연우의 노래는 전형적인 토이 스타일. 전작 ‘좋은 사람’을 연상하게 하는 김형중의 ‘크리스마스카드’, 드라마 ‘연애시대’의 ‘우린 사랑이었을까?’라는 대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김연우의 ‘인사’도 여전하다.

보컬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그의 능력은 이번에도 변함없었다. 조원선 김형중 성시경 김연우 윤상 등 ‘원년 멤버’부터 새 멤버인 이규호, 윤하, ‘루시드폴’의 조윤석,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까지 객원 보컬은 신구(新舊),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들었다.

덤으로 결혼과 득녀로 어엿한 ‘생활인’이 된 유희열의 ‘현재’도 엿볼 수 있다. ‘해피엔드’ ‘프랑지파니’에서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로 행복한 일상을 읊조린다. ‘토이’라는 브랜드만 보고 앨범을 덥석 집어든 충성스러운 고객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곡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만족할 만한 것도 아니다. ‘변함없음’은 팬들에게 반가울 수도 있지만, 오랜 공백 때문에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나온 시도들은 영리하다 못해 영악스럽다.

유희열은 새 앨범에 담은 15곡 중 가장 의외인 ‘뜨거운 안녕’을 타이틀곡으로 과감히 배치했다. 19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로 돌아간 이 노래는 이전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과 맥이 다르다.

‘뜨거운 안녕’의 보컬은 인디계열에서 활동했던 이지형이 맡아 신선함을 보여 줬다. 하지만 단순한 곡 전개와 악기로 일렉트로니카를 실험한 ‘투명인간’, 델리스파이스의 모던 록을 듣는 듯한 ‘안녕 스무 살’ 등 강한 비트와 전자음이 가득한 사운드 속에서 그의 소박한 피아노 선율은 희미해졌다. 풍성하게 차려진 음악에 비해 정작 귀는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주제가 없어 곡과 곡 사이의 아귀도 들어맞지 않는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토이의 음악적 성취는 매번 일렉트로닉 테크노 보사노바 재즈 등을 얼마나 자기 스타일로 녹여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짜맞춰진 명품같은 이번 앨범은 ‘반가운 평작(平作)’이다. 음악을 장난감처럼 자유자재로 부리던 토이를 기대하기에 6년이란 시간은 길었던 것 같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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