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20선]<15>지구재앙보고서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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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구 생태계에는 재앙이 일어날 것이고, 수백만 년 뒤 누군가가 찾아와서는 이곳에 지능이 있는 어떤 생물들이 잠시 살았으나 수렵-채집 사회에서 첨단 기술 사회로의 전환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상세하게 다룬 책입니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네덜란드, 시베리아, 알프스, 호주 대보초(산호초), 아프리가 핀보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소를 직접 찾아가서 연구에 매달린 과학자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으며, 기상학자뿐만 아니라 생물학자 고고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밝힌 신뢰할 만한 증거들이 책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를 분명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의 생명체에 유익하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도 선진국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온실기체 배출 강도’라는 새로운 기준 적용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 정부의 이러한 ‘눈속임’을 예리하게 지적해냅니다.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여러 지표를 보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습니다.

“미국은 총량 기준으로 단연 세계 최대의 온실기체 배출국이고 세계 온실기체 배출 가운데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1년 동안 미국인 한 명은 멕시코인으로는 4.5명, 인도인으로는 18명, 방글라데시인으로는 99명에 해당되는 온실기체를 배출한다. 앞으로 15년에 걸쳐 중국 경제는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며, 2025년 무렵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도 중국이나 인도 사람들로 하여금 미국 사람처럼 살기 위한 노력을 강제로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1인당 온실기체 배출량은 세계 평균의 몇 분의 1에 불과하며, 많은 선진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균등한 배출량 규제에 반대하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의 주장은 당연해 보입니다.

다행히 미국 행정부가 얄팍한 꼼수를 부리는 동안에 주민 참여로 이루어진 희망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버몬트 주 벌링턴 시에서는 주민투표로 전력 증설을 중단시키고 자신들이 전기를 덜 쓰겠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인 지난 16년 동안 버몬트 주 전체의 전력 사용량은 15%가량 많아졌지만, 벌링턴 시의 전력 사용량은 오히려 1%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두고 ‘가속페달만 있고 브레이크가 없는 차를 모는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동착취제도가 없어진 것처럼, 노예제도가 없어진 것처럼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끝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윤기 마산YMCA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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