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운동’ 목사 2000여명 교회개혁 성명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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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00여 개의 소형 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들이 종교개혁 490주년 기념일인 3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실 앞에서 한국교회의 개혁과 대형 교회와 소형 교회 간 상생을 촉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전국 2000여 개의 소형 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들이 종교개혁 490주년 기념일인 3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실 앞에서 한국교회의 개혁과 대형 교회와 소형 교회 간 상생을 촉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변화’와 ‘개혁’을 위한 개신교계의 몸부림이 확산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으로 나락을 경험했던 개신교계의 자성의 몸짓이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아직은 미풍일 뿐이다.

초점도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소속 목사 8000여 명이 집단적으로 교계의 개혁을 촉구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소말리아 피랍 선원 돕자”

아프간 사태로 개신교는 우리 사회에 빚을 졌다. 이제 그 빚을 갚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납치된 지 170여 일이 다 되도록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인질로 억류돼 있는 원양어선 마부노호 선원 돕기 모금운동에 개신교계가 앞장선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와 ‘크리스천 21세기 포럼’은 비상대책위(위원장 장성만 목사)를 구성해 24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교회에서 연합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3억6000여만 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순복음교회(목사 최성규)가 7000만 원을, 아프간 피랍사건의 당사자였던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도 2500여만 원을 모금해 피랍자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 교회(목사 오정현)도 4일 예배시간에 특별헌금을 실시할 예정이다. 오 목사는 “우리가 빚진 자의 심정으로 억류당한 소말리아 선원들을 위해 헌금하자”며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한목협 이상화 사무총장은 “이재민이나 불우이웃돕기는 많이 해봤지만 사회적 단일 사안을 놓고 교계가 모금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형 교회 목사 2000여 명도 교회개혁 성명

‘기독교사회책임’과 ‘작은교회운동’은 종교개혁일인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무실 앞에서 한국 교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가두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전국의 중소형 교회 목회자들에게 성명서 초안을 발송해 지난달 29일까지 1914명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국 교회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인정하고 개신교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이들은 △외향적 성장을 지양하고 영성으로의 회귀 △민족의 희망이 되는 교회 지향 △작은 교회와 큰 교회 간 공존 △신학생 수 대폭 축소 △한기총부터 자기 개혁에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 기독교사회책임을 이끌어 온 서경석 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중립 지키자”

최근 개신교계의 핫이슈는 ‘대선’이다. 일부 목사가 강단에서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교계 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지난달 26일 한국미래포럼이 주최한 기도회에서 “이번 대선에서 하나님이 예비하신 대통령께서 마귀의 참소와 테러로 낙마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우리 교회도 이것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특정 정치세력을 ‘마귀’와 ‘사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가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31일 성명을 내고 “종교를 이유로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게 된다면 자칫 어렵게 지켜 온 종교 간 화해와 일치는 깨어지고 종교 간의 대립 양상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종교계는 금번 대선이 대립과 분열이 아니라 협력과 화해 그리고 국가적 축제의 장이 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교회의 정치 중립을 촉구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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