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어느날 갑자기 소년에게 삶은 고통으로 다가왔다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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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카약 1, 2/프리실라 커밍스 지음·강수정 옮김/200, 184쪽·각권 8000원·다림

“코르시카 강은 아름답고 고운 강이다. 그러면서도 무심하기 짝이 없다….”

강을 사랑한 15세 소년 브레이디. 최연소 게잡이 자격증을 지녔지만 평범한 장난꾸러기다. 제이티, 디거와는 더할 나위 없이 친한 삼총사. 제이티의 동생 케이트를 보면 괜스레 찌릿한 보통 10대다.

그러나 우연한 사고가 브레이디의 인생을 바꾼다. 학교에 있다 아버지의 급한 호출을 받은 브레이디. 이웃 디안젤로 아줌마와 네 살배기 아들 벤이 카약을 타고 강에 나섰다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인력이 부족해 나이 어린 그까지 수색에 동원됐다.

극적으로 강에 떠 있는 벤을 발견한 브레이디. 침착한 처치로 아이를 구해 마을의 영웅이 된다. 으쓱한 기분이 드는 게 당연지사. 그런데 제이티와 디거가 이상하다. 슬금슬금 자신을 피한다. 게다가 장시간 조난당한 벤이 결국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서글픈 브레이디가 더욱 힘든 건 갈수록 냉랭해지는 친구들의 태도. 왠지 모를 불안. 뭔가 이상하다….

‘붉은 카약’은 슬프다. 시리게 아픈 먹먹함이 가득하다. 청소년 문학하면 떠오르는 쾌활함이 없다. 어린 영혼의 죽음으로 시작해 무거운 돌덩이만 가슴에 차곡차곡 쌓인다.

등장인물들은 다 조금씩 상처가 있다. 짐짓 밝은 채 하지만 브레이디 집안은 어린 여동생 아만다의 죽음을 겪었다. 게 조업이 어려워지면서 생활고도 겪고 있다. 제이티는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디거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가족에게 손찌검한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무력감으로 치닫진 않는다. 숱한 고통을 받아도 무너지진 않는다. 그 중심에 브레이디가 서 있다.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우정과 정의의 갈등. 버거운 현실에서 헤매지만 제 자리를 찾아간다.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으면 답은 늘 분명하기 때문이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소설은 사람들의 시선에 주목한다. 상처는 가까운 사람마저 등을 돌리게 한다. 두려움은 상대의 시선을 외면하게 한다. 하지만 브레이디는 깨닫는다. 진정 상처를 치유하려면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봐야 한다. “정답을 눈앞에 두고 그렇게 행동하려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해.” 눈을 맞추는 마음의 대화. 그때 아이는 좋은 어른이 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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