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50센트’ 체면구긴 선전포고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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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칸예보다 덜 팔리면 더이상 앨범 안내”

호언장담후 판매 뒤지자 “그런 말 안해” 발뺌

“만약 칸예의 앨범이 내 앨범보다 많이 팔리면 더는 솔로앨범을 내지 않겠다.”

9월 11일, 미국 힙합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50센트’는 3집 ‘커티스’ 발매일을 앞두고 중대 발언을 했다. 가수 생명을 내건 이 위험한 도전장은 자신과 같이 3집 ‘그래주에이션(졸업)’을 내는 칸예 웨스트를 겨냥한 것. 칸예도 앨범 발매일을 50센트와 같은 날에 맞추면서 ‘블랙 라이벌’의 한판승부가 팝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3주가 지난 지금, 일단 결과는 칸예 웨스트의 판정승. 앨범 발매 첫날에만 43만 장을 판매하며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반면 50센트는 31만 장. 국내에서는 각각 3000장, 2700장이 팔려 간발의 차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미국 내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 에미넘을 잇는 힙합계의 떠오르는 거성으로 불린다. 하지만 칸예와 50센트는 앨범 재킷만큼이나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

칸예가 자신의 마스코트인 귀여운 곰돌이를 앨범표지로 사용했다면 자신의 본명인 ‘커티스(Curtis)’를 앨범 제목으로 내건 50센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정면을 응시한 자기 얼굴을 내세웠다. 살아온 환경도 마찬가지다. 사진기자인 아버지와 대학교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칸예 웨스트와 달리 50센트는 뉴욕의 뒷골목에서 마약을 판매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도 당연히 다르다. 전형적인 갱스터래퍼의 이미지인 50센트의 음악은 강렬한 비트만큼 자극적인 대사로 가득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에이요 테크놀로지(Ayo Technology)’는 포르노를 예찬하는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역시 50센트야”라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반면 칸예의 앨범은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의 결합에 귀에 익은 샘플링을 뒤섞은 것이 특징이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칸예의 음악은 기본적인 힙합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마니아만의 힙합이 아닌 21세기형 흑인음악이 갈 방향을 제시한다”며 “칸예의 이번 앨범은 음악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괜한 선전포고로 본전도 못 찾은 50센트. 그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는 소문도 들린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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