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미국인이 가장 사랑했지만 가장 과대평가된…‘케네디 평전’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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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디 평전(전 2권)/로버트 댈럭 지음·정초능 옮김/1권 640쪽 3만 원·2권 756쪽 3만5000원·푸른숲

잘생긴 아이가 하나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부잣집 출신. 그러나 잘난 형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질 못했다. 젖 뗀 직후부터 온갖 병치레는 다했다. 성적도 관심 과목만 좀 했지 평균 수준. 부잣집 자제치곤 옷도 못 입는 편. 그런 그가 미국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가톨릭 신자 출신 대통령이 될 줄이야.

존 F 케네디, 미국 제35대 대통령.

미국 역사상 여섯 번째로 단명한(재임기간 1961∼1963년) ‘1000일의 대통령’. 그러나 아우라는 길고도 진했다. 위대한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지금도 수위를 다툰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했고 세계가 아쉬워했던 수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라고 믿는다. 실제로 1988년 미국 사학계 언론계 인사 75명은 케네디를 ‘미국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저명 인사’로 꼽았다. 2000년 정치사학계 평가도 케네디는 역대 대통령 순위에서 중간쯤이었다.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냉소. 저자인 로버트 댈럭 교수는 바로 그 중간 지점에서 케네디에 대한 해부를 시작한다. 미국 정치사와 정치 평론의 해박한 지식을 무기삼아 40년 가까이 모은 자료를 다시 정리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평전이 밝히는 진면목은 놀랍다. 케네디의 건강한 이미지는 만들어졌다. 그는 ‘평생 약골’이었다. 댈러스에서 일어난 저격 때도 “척추 고정용 지지 장치만 아니었으면 세 번째 치명적 총격은 피할 수도” 있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책 ‘용기 있는 사람들’(1957년)의 대필과 수상 조작 의혹, 하원의원 때 매카시즘에 대응해 보여 준 호의적인 태도도 그를 괴롭혔다. 대통령 시절 의회와의 관계가 원활치 못해 내정 점수도 “그저 그랬다”.

‘미국인의 이상형’으로 칭송받던 재클린과의 관계도 정략의 냄새가 짙다. “상원의 영원한 미혼 독신”을 꿈꾼 케네디. 결혼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혼도 바람기는 잠재우지 못해 재클린이 임신한 와중에도 유럽에서 난교 파티를 벌였다. 심지어 아내가 유산했을 때도 한동안 돌아가질 않았다고 한다. 하나 더, 그의 섹스 스캔들은 대부분 사실이다.

숱한 약점에도 케네디에겐 남들이 없는 ‘하나’가 있었다. 큰 세상을 그릴 줄 아는 ‘밑그림’. 비방을 뛰어넘고 미래를 제시해 불리한 선거를 뒤집었다. 젊은 이상으로 뉴프런티어 정신을 표방했다. “미국인의 삶과 법에 인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1962년 TV 연설). 인종차별에 무심하다는 평가도 더 큰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뛰어넘었다.

저자는 말한다. “그 숱한 케네디 전기, 또 하나의 폭로성 전기는 필요 없다. 대통령을 떠나 ‘마법’과 ‘주문’의 허울을 걷어 내고 실물 그대로 온전히 복원해 보자. 케네디는 미덕과 결함을 겸비했기에 비범한 동시에 평범했다. 논쟁 없이 결말짓기보다 결말이 없어도 논쟁을 벌여야 한다. 케네디는 그럴 가치가 있다.” 원제 ‘An Unfinished Life’(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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