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신사동 갤러리 밸리로 변신중

  • 입력 2007년 9월 2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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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주변 청담동 신사동 일대가 미술 열기로 뜨겁다.

최근 1, 2년 사이 갤러리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진출을 노리는 외국의 유명 갤러리들이 이 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또한 국내 굴지의 경매사들이 몰리고 아트 펀드까지 생기면서 이곳이 한국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청담동이라는 이름에 많이 의존했던 이곳 화랑가와 미술계가 미술 문화와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본격적인 미술 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경매회사의 집중. 이는 돈이 몰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산대로변엔 지난달 28일 신생 경매회사인 D옥션이 들어섰고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있던 K옥션이 청담동으로 옮겨 17일 새로 문을 연다.

국내 미술품 경매를 양분하고 있는 서울옥션과 K옥션에 도전장을 낸 D옥션은 16층짜리 빌딩 가운데 경매장 2개 층, 경매 출품작 전시장 4개 층, 갤러리 2개 층으로 꾸몄다. 기존 경매회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외국 유명 작품을 집중적으로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다. 4일 오후 5시 첫 경매가 열리며 D옥션이 제시한 낙찰 추정가는 로뎅의 조각 '입맞춤'과 샤갈의 회화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화가'의 경우, 각각 10억 원에 이른다. D옥션은 이번 경매에 국내외 작품 215점을 내놓고 낙찰 총액을 15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트펀드가 생긴 것도 눈길을 끈다. 서울의 인사갤러리, 박여숙 화랑, 박영덕 화랑, 부산의 조현화랑, 대구의 신라 갤러리가 최근 설립한 아트펀드 한국미술투자도 청담동에 사무실을 내고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경매회사와 아트펀드가 이곳으로 몰리게 된 것은 갤러리가 밀집되면서 미술 타운의 토대가 만들어졌기 때문. 최근 2년 사이 20곳이 넘는 갤러리가 새로 들어서 현재 약 60여 곳에 달한다. 청담동의 네이처 포엠 건물엔 2005년부터 화랑들이 입주하기 시작해 올해 말까지 20여 곳의 갤러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갤러리 빌딩이 되는 셈이다. 박영덕 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이에 대해 "서울의 강남 수요층을 고려할 경우,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 갤러리의 등장도 주목할 일이다. 2006년 말 독일의 마이클 슐츠 갤러리 서울점이 네이퍼 포엠 건물에 문을 열었고 이 달엔 프랑스의 오페라 갤러리 서울점이 같은 건물에 들어선다. 이는 외국 작품 수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갤러리들이 독특한 색깔을 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아이엠아트의 김주아 큐레이터는 "신생 갤러리들은 대체로 유명하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작가들에 주목하고, 전시 기법이나 전시 공간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일본 작가 판화전을 열었던 갤러리2가 작품을 벽에만 걸지 않고 모서리 구석 위쪽에 걸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에르메스 코리아의 갤러리의 경우 한 건물에 있는 박물관 내부를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디자인해 미술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요하다. 미술 창작과 전시의 토대가 취약하면 시장에서의 거래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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