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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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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목회자協 대표 손인웅 목사 인터뷰
그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세인이 아는 기독교의 자연관은 정복과 소유의 인간 중심 세계관이 아니었던가.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의 청지기일 뿐 주인은 아닙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정복’이란 말의 히브리 어원은 ‘풍성하게 관리한다’에 더 가깝습니다. 근세에 이르기까지 자연에 대한 정복관은 서구 문명의 발전을 뒷받침했지요.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이 같은 세계관이 지구촌 생명체계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는 1984년 덕수궁 옆에 있던 교회 터를 팔아 성북동 산자락으로 이사했다. 남들은 강남 개발 붐을 타고 강남으로 강남으로 교회를 옮기던 시절, 그는 거꾸로 도심에서 당시만 해도 ‘시골’인 성북동으로 갔다. 나무와 숲 속에 교회를 짓고 친환경 목회를 해 보자는 꿈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 그들은 ‘이방인’이었다. 인근에 불교 사찰이 12개, 수도원은 8개가 있었다. 까닭 없이 교회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서울의 대표적 부촌, 건너편은 달동네였다. 손 목사는 “교회는 사회학적 중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봉사에 뛰어들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짓고, 노인대학을 열고, 청소년 공부방, 여성문화대학, 독거노인 자매결연, 의료봉사팀 가동 등 대부분의 교인을 봉사로 ‘내몰았다’. ‘예수=천당’의 구호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교회는 성장했다. 지금은 출석 교인 2000여 명의 중형 교회다.
“다른 문화와 종교에 대한 우월주의는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편견에서 나옵니다. 다르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다양성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사지요. 어느 종교든 원리주의와 극단주의는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고 평화를 깨는 죄악입니다.”
얘기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한발만 넘으면 모든 종교를 상대화하는 ‘종교다원주의’로 빠진다. 손 목사도 이를 의식하는 듯했다. 그는 보수적인 예수교 장로회(통합) 소속이다. “현대적 의미의 선교는 곧 ‘디아코니아(diakonia·그리스어로 봉사를 뜻함)’입니다. 일반적인 봉사는 휴머니즘이 근본이지만, 디아코니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반하지요. 그것이 체현돼 몸에 배어 우러나오는 것이 봉사입니다.” 그는 선교의 가장 모범적 사례로 마더 테레사를 꼽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종교를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아, 저분이 신앙으로 이 같은 일을 했구나’라고 깨닫고 동참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번 아프간에 의료봉사를 떠난 피랍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는 손 목사와 한목협에서 활동해 온 개신교 개혁의 동반자다. 손 목사가 샘물교회를 방문했을 때 박 목사는 “죄송합니다” “누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이번에 탈레반에게 살해된 배형규 목사도 한때 그에게서 배웠다. “그들을 움직인 동기는 그리스도가 맞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을 개종시키러 간 것은 아닙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우러 간 것이지요. 적어도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손 목사는 마태복음 10장 16절 ‘이리 가운데 양을 보낸 것 같다’는 예수의 말씀을 들어 “선교는 뱀같이 지혜롭게, 비둘기같이 순결하게 해야 한다”며 “전도자는 항상 머리는 이성과 지혜로, 마음은 사랑과 순수함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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