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가는 책의 향기]인생의 막다른 골목을 만났다고?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코멘트
From: 주미사 동덕여대 교수

To: ‘이태백’이라는 제자 현정

앞날에 대한 고민이 짙게 담겨 있는 네 편지, 잘 받았다. 졸업은 했는데 막막하다고, 더 나은 학교를 나왔더라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 같은데 답답하다고, 일단 대학원에 들어가서 진로를 좀 더 모색해 보겠다고 했지? 하지만 과연 그게 진정 네가 원하는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사회로 나가는 게 두렵고 길도 막혀 있는 듯하니 그저 만만한 학생신분을 연장하자는 건 아닌지.

‘너 외롭구나’(예담)란 책을 한번 읽어 보면 좋겠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청춘카운슬링 책이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꼭 ‘이태백’들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젊은이가 읽어 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야. 아니 내 인생이 왜 요 모양 요 꼴일까 한탄하는,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아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절규하는 모든 사람이 읽어 봐야 할 책이지.

선생님은 요즘 1학년 ‘독서와 토론’ 첫 수업에서 이 책을 읽어 오라고 해. 신입생들에게 과연 얼마나 먹혀들까 반신반의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단다. 학생들은 그동안 입시 준비라는 명목으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회부적응자, ‘전대미문의 싸가지 없는 세대’였을 뿐이었음을 스스로 깨달아 간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사회와 환경과 제도 탓만 하면서 자기 인생의 변명거리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진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투신하는 것임을 알게 되지. 내가 했으면 그저 그런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이야기들이 저자의 입을 빌려 나오면 그토록 참신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의 탁월한 표현력뿐 아니라 그것을 받쳐 주는 사유의 깊이와 실천의 진정성 때문일 거야.

함께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은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다. 천하를 주유하며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던 사람이 그녀만일까? 게다가 여행기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그로 인해 얻게 된 이름과 경험으로 세상의 힘없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도우러 날아다니다니! 하지만 부러워하기 전에 그녀의 용기와 노력과 건강한 낙관주의를 우리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 같다.

요컨대 그녀는 했고, 선생님은 생각만 했다는 거지. 안정적인 직장과 돈만 추구하는 젊음도 죽은 젊음이지만 꿈만 꾸고 실행은 하지 않는 젊음 또한 슬픈 젊음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 있는 삶이 꼭 예술이라든가 긴급 구호란 이야기는 아니야. 대학원을 가도 좋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해도 좋아. 하지만 네가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그 일이 네 심장을 뛰게 하는가!’다.

아 참, ‘젊은 날의 깨달음’(인물과사상사)과 ‘열대예찬’(현대문학), ‘학문의 즐거움’(김영사)도 읽어 봐. 모두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분이지만 그들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진리는 동일하다. ‘즐거운 세상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 차지’라는 것, 꿈을 꾸고, 그 꿈이 한낱 백일몽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궁구하는 삶이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삶이라는 것!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