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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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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위험한 계약’(노블마인)은 할리우드와 슈퍼볼을 결합한 소설이다. 농구선수 출신인 주인공 마이런 볼리타는 스포츠 에이전트 겸 해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잘생기고 정의로우면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은, 한마디로 지나치게 매력적인 캐릭터다. 탐정물이나 형사물에서 남성은 대개 2인조로 다닌다. 홈스와 잡슨이 짝을 이루듯, 고뇌하는 마이런은 냉철한 윈과 늘 함께한다. 윈 역시 미남 갑부의 전형인 데다 태권도 유단자로,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매력남이다.
한량 같던 20세기 탐정과 달리 마이런은 어엿한 직업을 가진 생계형 탐정이다. 오전에는 농구선수의 계약 문제를 해결하려다 청부살인업자에게 죽을 뻔하고 오후에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들을 방문해 협박하고 단서를 얻어내는 식이다. 그 때문에 살인사건 외에도 크고 작은 스포츠계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친다.
마이런은 미식축구계의 신인 유망주 크리스천 스틸의 계약 성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어느 날 크리스천의 여자친구인 캐시가 실종되고 이어서 캐시의 아버지가 의문의 살해를 당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실종된 캐시의 사진이 한 포르노 잡지에 실린 채 크리스천에게 배달된다. 곧 이어 캐시의 룸메이트였던 낸시가 교살된다. 과연 캐시는 살아 있을까. 캐시의 실종과 아버지, 낸시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작가 할런 코벤은 ‘예기치 못한 반전’으로 정평 난 작가인 만큼 끝까지 기대해도 좋다.
미국의 스포츠 산업은 겉보기엔 화려하나 돈과 배신으로 얼룩진 약육강식의 세계다. ‘위험한 계약’은 이런 스포츠 세계와 함께 포르노, 성폭력, 청소년 대상 성범죄, 마약 등 미국 중산층 사이에 독버섯처럼 돋아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빠르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진 않다. 한 사람의 사이코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과 중심이 부재한 현재 미국 사회가 살인을 부추긴다고 시니컬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런 코벤은 에드거 상, 셰이머스 상, 앤서니 상 등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첫 번째 작가이며 ‘위험한 계약’은 1996년 앤서니 상 수상작이다. 그의 소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대통령도 즐겨 읽는 미스터리’로 유명하다.
한혜원 계원조형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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