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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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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지났다. 여기저기서 ‘아침형 인간, 보기 드문 대형 베스트셀러’라는 뉴스가 들려왔다. 제목을 듣는 순간, ‘제목 잘 뽑았네. 그래, 제목의 승리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책상 서류 더미를 정리하면서 ‘아첨형 인간’을 다시 발견했다. 그런데 그 책이 바로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리던 ‘아침형 인간’이 아니던가. 필자가 제목을 잘못 읽었던 것이다.
‘아침형 인간’의 독주가 시작되자 유사한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침형 인간의 지혜’ ‘아침형 인간 10살 전에 끝내라’ ‘아침형 인간의 비밀’ ‘아침형 인간의 24시간 활용법’…. 대부분 ‘아침형 인간’의 후광을 기대한 것이었다.
책 제목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대중 실용서나 교양서의 경우, 제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잘나가는 책의 제목을 패러디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1999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이 불티나게 팔리자 곧바로 이를 패러디한 ‘공자가 살아야 나라도 산다’가 나왔다. 이 책 역시 잘나갔다.
2004년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책이 나온 적이 있다. 기대만큼 나가지 않자 출판사의 고민이 시작됐다. 1년 뒤 ‘선택의 심리학’으로 제목을 바꾸었고 결과는 성공. 그 후 ‘○○○ 심리학’이라는 책들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다.
책 제목도 유행을 탄다. 2001년 ‘과학 콘서트’라는 신선한 제목의 책이 나왔다. 과학과 인문 교양의 만남이라는 주제와 콘서트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 제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에 들어서자 ‘경제학 콘서트’ ‘철학 콘서트’ ‘인간관계 심리학 콘서트’ ‘한국사 콘서트’ 등 ‘○○○ 콘서트’라는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엔 ‘콘서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책도 있다. 이럴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제목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내용과 어울려야 한다. 내용과 동떨어진 제목은 공허함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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