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s]‘아빠와의 놀이’엔 특별한 울림이 있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코멘트
아빠들의 놀이는 동적이다. 정적인 엄마들의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다. 놀이는 소통이다. 아이와 교감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의 심장 박동을 듣는 놀이(왼쪽)부터 무인도 체험(오른쪽)까지 놀이의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사진 제공 권오진 씨
아빠들의 놀이는 동적이다. 정적인 엄마들의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다. 놀이는 소통이다. 아이와 교감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의 심장 박동을 듣는 놀이(왼쪽)부터 무인도 체험(오른쪽)까지 놀이의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사진 제공 권오진 씨
주말이면 듣게 되는 ‘아이와 좀 놀아주라’는 아내의 잔소리. 그때마다 ‘일주일에 하루는 제발 좀 쉬자’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지요. 맞습니다. 토요일은 아빠들이 지쳐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이와 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도 아닌 저학년 때 이미 아빠를 버리고 인터넷 게임을 선택한답니다. 일단 아빠 품을 떠난 아이와 다시 소통하려면 이전보다 10배, 100배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빠와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에 빠지지 않습니다. 엄마와는 분위기가 다른 아빠의 놀이 방식은 아이 두뇌에도 신선한 자극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것은 아빠의 권리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노는 즐거움에 한번 빠져보지 않겠습니까?

○ 아빠인 당신은 충분히 창의적이다

“아빠들의 놀이는 상호작용이 많고 동적이다. 아이가 멀찌감치 떨어져 노는 것도 허용한다. 엄마와는 다른 아빠의 놀이 방식은 아이의 지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시각 청각 촉각 등의 자극은 두뇌를 발달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아빠와의 놀이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자극이라는 것이 곽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12개월 이상 된 아이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장기 실험에서 아빠와 많이 논 아이는 언어발달이 빠르고 지능도 높은 것(4세 때 측정)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빠의 놀이 방식에 더 호기심을 보인다. 12개월 정도 된 아이와 엄마, 아빠를 한 방에 두고 살펴보면 아이는 아빠가 거는 장난에 훨씬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

곽 교수는 “아빠들은 몸짓과 목소리, 놀이방법을 다양하게 구성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엄마들은 아이를 보살피려는 행동 패턴을 많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 친구처럼 아이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라

가족답사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www.swdad.com)를 이끌고 있는 권오진(47) 단장은 ‘놀이 선수’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1분 놀이’를 600여 가지나 모으고 개발했다. ‘무인도 체험’ 같은 독특한 행사도 고안해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인 딸 규리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기범이와 여전히 친구처럼 지낸다. 주말 낚시여행에는 남매가 먼저 나설 정도다.

권 씨가 생각하는 놀이는 교감이다. 아이와 함께 논다는 것은 아이와 소통의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아이가 관심 있는 것을 함께 찾아줄 수 있고, 아이가 기분이 나쁠 때는 웃음을 안겨줄 수도 있다.

권 씨는 “의무감으로 놀아 주는 것은 놀이가 아니다”면서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놀아 주라”고 말한다.

놀이를 하면 아이의 소질과 재능, 관심사를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권 씨는 “자주 놀아주면 아이에게 욕구가 생기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며 “그 불씨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게임 도중에 문화재와 유적지 이름에 관심을 보이면 ‘함께 책에서 찾아볼까’ 하며 이어가는 식이다.

권 씨는 딸이 그림에 관심을 보일 때 일부러 그림 그리기를 많이 했다. 딸은 집에서 통용되는 행복쿠폰을 그리더니 지금은 아빠를 모델로 한 일러스트도 곧잘 그린다. 꼬마 시절부터 키워온 딸의 꿈은 현재 홍익대 진학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로 바뀌었다. 바둑에 흥미를 보인 아들은 권 씨의 유도로 아마 2단의 실력을 자랑한다.

권 씨는 “놀이로 함께하는 시간은 결국 가정교육 시간과 마찬가지”라며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한 아빠들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인생 지식’을 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감의 끈을 놓지 말라

많은 아빠가 주중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놀지 않다가 주말에 한꺼번에 만회하려 한다. 의무감에 사로잡힌 아빠의 전형적인 행태다.

놀이가 교감이라는 관점에서는 잠깐이라도 자주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놀 시간이 없다면 그냥 아이를 붙잡고 침대 위를 한바퀴 구르라고 권 씨는 권한다. 웃음보는 아이가 알아서 터뜨릴 것이다. 이것이 ‘1분 놀이’다. 1분 놀이라는 용어는 사실 아빠들을 유혹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품이 많이 들지 않으니 아이와 자주 놀아주라’는 뜻이 숨어 있다.

새벽에 출근하고 밤에 퇴근하는 아빠라면 자는 아이 얼굴에 뽀뽀라도 하라는 것이 권 씨의 권유다. 직장생활을 하던 권 씨는 당시 다섯 살이던 딸에게 새벽 뽀뽀를 자주 했다. 어느 날 새벽 딸은 애틋한 목소리로 “아빠, 제가 자고 있을 때 뽀뽀하는 것 다 알고 있었어요”라고 했다. 권 씨는 그때 느꼈던 ‘소통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산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도 훌륭한 도구다. 매일 아이와 소통하면서 교감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통화를 할 때는 아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힘이 되는 얘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유치원 점심은 맛있는 게 나왔니?” “철수는 왜 요즘 놀러 안 와?” 등. “숙제는 했니?” “엄마 말 잘 들어라”는 아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이벤트가 있다면 계획을 미리 밝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딸기 따기 체험을 해 보고 싶어 한다면 2, 3주 전에 행사 계획을 밝히고 틈틈이 딸기를 대화의 소재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아빠의 1분 놀이는 아이의 영원한 행복▼

《아이가 놀이에서 얻는 이득은 너무나 많다. 평형감각이나 공간지각능력, 인지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를 편하고 즐겁게 해 주려는 배려심도 배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집단생활에 적응하는 사회성도 놀이에서 배운다. 특히 아빠와 함께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느끼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빠의 놀이혁명-1분 놀이 90가지’와 ‘아빠의 습관혁명-아이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아빠의 비결 50’ 저자인 권오진 씨가 추천하는 ‘1분 놀이’를 소개한다. 권 씨는 “하루에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빠가 1% 변하면 아이는 10%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풍선배구

▽대상 연령: 3∼7세

▽놀이법: 준비물은 풍선 2, 3개와 줄 5m. 거실을 가로질러 줄로 네트를 만든다. 네트의 높이는 아이의 키 정도가 적당하다. 풍선이 가벼워 아이도 쉽게 할 수 있다. 경기를 하기 전에 배구 규칙을 아이에게 설명한다.

▽효과: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즐거워하면 성공이다. 아이는 풍선을 쉽게 넘기면서 자신감을 키운다. 특히 처음 만나는 아이가 있을 때 이 놀이를 함께 하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주의점: 아이의 나이에 따라 풍선에 들어가는 바람의 양을 조절한다. 어릴수록 풍선을 크게 만들어 체공 시간을 늘려준다.

○ 쑥개떡 만들기

▽대상 연령: 3∼12세

▽놀이법: 준비물은 바구니와 칼, 장갑이다. 4월에는 들녘에 쑥이 많다. 이것을 뜯어서 쑥개떡을 만드는 것이다. 야외에서 칼을 사용해 쑥을 캔다. 일정한 양이 되면 방앗간에서 쌀과 함께 찧어 달라고 한다. 집에 와서 반죽을 하고 아이와 쑥개떡을 만든다. 주제를 정해 떡을 만들면 더욱 좋다. 예컨대 동물이 주제라면 아이가 상상하는 동물 모양의 떡을 만들어 보게 한다.

▽효과: 아빠와의 나들이라 즐겁다. 자신이 직접 뜯은 쑥이라 애착을 갖고 집중해 만든다.

▽주의점: 쑥을 캘 때 아이가 칼에 다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심장박동 듣기

▽대상 연령: 3∼7세

▽놀이법: 먼저 아이가 바닥에 눕는다. 아빠는 아이의 윗옷을 올린 후 가슴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다. 아빠가 들은 소리를 아이에게 묘사해 준다. 반대로 아빠가 바닥에 눕는다. 그리고 아이가 아빠의 가슴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다. 아이가 들은 소리를 묘사하도록 한다.

▽효과: 심장박동은 바로 생명의 소리다. 놀이 후에 아이와 신체의 기능에 대한 책을 함께 읽으면 효과적이다.

▽주의점: 소리를 듣는 시간이 짧아 시시하게 여길 수 있다. 그 소리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것이 아빠의 몫이다.

○ 토끼풀로 반지 만들기

▽대상 연령: 3∼12세

▽놀이법: 준비물은 토끼풀과 꽃. 4월 말이면 들판에서 토끼풀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토끼풀로 아이의 중지에 반지를 만들어 준다. 아이의 손가락에 어울릴 만한 꽃 2개를 구한다. 꽃 바로 밑의 줄기를 손톱으로 갈라서 구멍을 낸다. 다른 꽃줄기를 그 구멍에 끼워 연결한다. 아이의 중지에 묶어준다.

▽효과: 꽃이 반지가 된다는 사실과 아빠가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주의점: 손가락에 묶기 전에 줄기 전체를 조금씩 부드럽게 만든다. 줄기가 뻣뻣한 채로 묶으면 쉽게 끊어진다.

○ 지옥 탈출

▽대상 연령: 6∼12세

▽놀이법: 아빠가 아이를 안고 소파에 앉는다. 아빠가 다리로 아이의 허벅지를 감싸고, 양팔은 아이의 겨드랑이에 끼워 꼼짝 못하게 한다. 아이가 아빠의 손발에서 벗어나는 놀이다. 아빠의 과장된 말과 몸짓이 재미를 더한다.

▽효과: 스킨십이 많다. 아이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각 부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된다.

▽주의점: 경기 전 아이와 금지사항을 약속한다. 첫째, 입으로 물지 말 것. 둘째, 주먹으로 때리지 말 것. 셋째, 손으로 간지럼 태우기 없기. 넷째, 헤딩으로 아빠를 치지 말 것 등.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