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상타고 나서야 日차별 없어져”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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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포기하는 순간, 인생의 영원한 패배자가 됩니다. 세상을 원망하며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작자로 꼽히는 재일교포 진창현(78·사진) 씨가 자서전 ‘천상의 바이올린’(에이지21) 국내 출간을 계기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976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작자 콩쿠르’에서 6개 부문 중 5개 부문 우승을 따낸 그의 신조는 ‘세상에 깨지 못할 벽은 없다’는 것. 미국 바이올린제작자협회는 진 씨를 ‘이젠 실력 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전 세계에 5명뿐인 ‘오르 콩쿠르(Hors Concours)’로 선정했다.

“미국에서 인정받고 나서야 비로소 일본에서 차별을 극복했습니다. 한국인이 만든 악기라 싫다던 일본 음악가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당시 2만 엔이었던 바이올린 가격이 하룻밤 새 40만 엔으로 훌쩍 뛰었죠.”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진 씨는 어린 시절 약장수의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됐다. 열네 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공사장 인부 등을 전전하며 교사가 되기 위해 메이지대 영문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교사시험 응시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자 바이올린 제작으로 진로를 바꿨다.

“최고의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바이올린 제작의 거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맞먹을 정도로 말이죠.”

“힘들었지만 포기할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바이올린의 청량한 소리를 들으면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진 씨의 일대기는 일본에서 자서전과 만화로 출간됐으며 후지TV가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한 바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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