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보다 아름다운 ‘희망’ 소나타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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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용인시 문예회관에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연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경민씨.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 손수제작물(UCC)로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용인=부형권 기자
17일 경기 용인시 문예회관에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연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경민씨.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 손수제작물(UCC)로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용인=부형권 기자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씨 첫 단독 콘서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 연주하는 동영상 손수제작물(UCC)로 화제를 모았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경민(26) 씨가 사이버 공간에서 키워 온 꿈을 현실에서 이뤘다.

▶본보 1월 4일자 B8면·1월 8일자 A30면 참조

▶ [UCC 스타]‘월광’ 연주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 씨

▶ UCC스타 뇌성마비 김경민씨 콘서트 계약…연주초청도 잇따라

김 씨는 1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용인시문예회관에서 ‘흰 건반 위의 자유, 검은 건반 위의 희망’이란 제목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800여 객석은 이 행사를 후원한 용인축산농업협동조합(조합장 조성환) 관계자들, 용인시의회 의원들, 주말을 맞은 초중고교생들과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오후 5시 20분경 무대에 오른 김 씨는 무릎을 꿇고 피아노 의자에 손을 올려 기도부터 했다. 그는 이날 월광 소나타를 비롯해 영화 ‘쉬리’의 주제곡 ‘When I dream’, 쇼팽의 발라드 10번 등 총 11곡을 연주했다.

뇌성마비 청년의 월광 소나타 피아노 연주

얼굴과 어깨가 상하좌우로 계속 흔들렸고,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땀을 닦기 위해 연주를 잠시 쉬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긴장감 때문인지 실수도 꽤 나왔다. 그러나 청중은 그 어색한 침묵에, 그 실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 씨가 화답했다.

“틀린 부분이 있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노력해서 지금처럼 피아노를 치게 됐습니다. 여러분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셔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객석 첫 번째 줄에는 그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두 여성이 앉아 있었다.

어머니 최계순(47) 씨는 꿈을 이룬 아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공연 후 그는 본보 기자에게 “2시간 동안 ‘무사히 끝나게 해 달라’는 기도만 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생이던 김 씨를 피아노의 세계로 처음 인도했고, 이날의 콘서트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옛 스승’ 지성숙(38) 씨는 공연 내내 울고 또 울었다. 공연 말미 김 씨는 눈이 퉁퉁 부은 스승에게 “(저 대신) 앙코르 연주를 해 달라”고 요청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씨의 다음 콘서트는 ‘장애인의 날’인 다음 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에서 강남구청의 후원으로 열린다. 이 공연에는 장애인들을 우선 입장 시킬 예정이다.

용인=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뇌성마비 청년의 월광 소나타 피아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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