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74>美成在久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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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할 때마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생애의 목표를 정해놓고 한 걸음씩 그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그것을 잊는다. 그리고 서두르게 된다. 서두르는 이유는 성취의 열매를 빨리 맛보고자 하는 조급함 때문이기도 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과연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가를 의심하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자기의 삶에 대한 믿음이 불확실한 데에서 나온다.

‘美成在久(미성재구)’라는 말이 있다. ‘美’는 ‘아름답다, 좋다, 훌륭하다’는 뜻이다. ‘美醜(미추)’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라는 말이고, ‘美酒(미주)’는 ‘좋은 술’이라는 말이다. ‘成’은 ‘이루다, 이루어지다’라는 뜻이다. ‘成功(성공)’은 ‘일을 이루다, 해야 할 일을 다하다’라는 말이다. ‘功’은 ‘일, 직무’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在’는 ‘∼에 있다, 존재하다’라는 뜻이다. ‘在外韓國人(재외한국인)’은 ‘외국에 있는 한국인’이라는 말이고, ‘在庫品(재고품)’은 ‘창고에 있는 물품’이라는 말이다. ‘庫’는 ‘창고’라는 뜻이다. ‘在野人士(재야인사)’는 ‘들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인데, 이는 현재 정치계나 학계 등에 몸담고 있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久’는 ‘오래되다’라는 뜻이다. ‘永久(영구)’는 ‘영원히 오래되다’라는 말이고, ‘久遠(구원)’은 ‘오래되고 멀리 있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美成在久’는 ‘아름답고 훌륭한 것은 오래됨에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아름답고 훌륭한 결과는 오래 단련한 곳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어려워 보이는 것도 오랜 기간 다루다 보면 익숙해진다. 이러한 기술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 한 가지를 장기간 숙련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느 한 가지를 이렇게 이루어내면 그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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