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길렘 신화’ 한국엔 안 통한다?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실비 길렘의 ‘굴욕’?

요즘 무용팬들의 화제는 3월 6∼8일 열리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실비 길렘(42·사진)의 첫 내한 공연 ‘신성한 괴물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화제는 ‘천하의 실비 길렘’의 표가 안 팔린다는 것.

실비 길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공연 수개월 전 표가 매진되는 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내 무용계가 길렘의 명성에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 그러나 지난해 말 티켓예매가 시작된 뒤 공연을 일주일가량 남겨 둔 26일 현재 예매율은 절반이 안 되는 49%에 머무르고 있다.

이 공연을 기획한 LG아트센터 관계자는 “2월 중순이면 매진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말했다.

길렘은 세계 정상의 발레단인 파리 오페라발레 350년 역사상 최연소(19세) 에투알(최고무용수),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스타다. 특히 왼발 끝으로 선 채 오른 다리를 귀 옆에 붙이듯 일자로 들어올린 ‘6시 포즈’로 유명하다. 이 포즈는 유명 시계 브랜드 오메가 롤렉스 광고에서 선보여 더욱 유명해졌다.

‘길렘의 굴욕’을 놓고 국내 무용계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장르 선택의 실패. 길렘은 ‘토슈즈를 신었을 때 최고의 아치(Arch·둥글게 솟은 발등)를 가진 발레리나’로 꼽히는 클래식 발레의 간판스타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토슈즈를 벗고 모던 댄스를 선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용평론가 유형종 씨는 “국내에서 길렘은 클래식 발레로만 유명하지만, 사실 20대부터 현대무용을 병행해 왔고 이 분야에서도 정상의 무용수”라고 말한다. 길렘이 22세 때인 1987년 초연했던 윌리엄 포사이드 안무의 현대무용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가 대표적인 사례.

무용계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길렘의 티켓 예매율은 국내 무용 인구의 규모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LG아트센터는 초대 관객이 없어 유료 관객 수를 가늠할 수 있는데 ‘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까기인형’ 등 인기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를 제외하면 유료 무용 관객은 최대 1500∼2000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신학기 등 공연 시기가 안 좋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무용 공연의 주 관객층은 전공 학생들인데 이번 공연은 길렘의 홍콩 공연 일정에 맞추다 보니 신학기 초에 열려 학생 관객 ‘유치’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성한 괴물들’이라는 제목이 ‘비호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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