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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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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6일 캄캄한 밤에 이 프랑스 청년 필리프 프티는 친구들과 함께 두 빌딩 사이에 몰래 밧줄을 거는 데 성공했습니다. 40m나 떨어진 두 빌딩 사이에 화살을 쏘아 밧줄을 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해 보세요. 이튿날 동이 틀 무렵, 프티는 떠오르는 햇빛 속에서 장대를 들고 줄을 탑니다.
“마치 공기 위를 걷는 것처럼 그는 한가운데로 걸어갔어요. 그는 쌍둥이 빌딩이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는 혼자였지만 맘껏 자유를 누렸지요.”
빌딩의 숲 속에 파묻힌 땅 위의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빌딩 옥상으로 몰려갔어요. 거의 한 시간 동안이나 줄 위에서 걷고 뛰고 무릎을 굽혀 인사하던 프티가 옥상으로 돌아오자 경찰은 수갑을 채웠습니다. 법정의 재판관은 그에게 아이들을 공원에 모아 놓고 줄타기를 하라는 판결을 내렸지요.
2001년 어느 날 쌍둥이 빌딩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른들은 젊은이에게 늘 유용한 일을 하라, 뭔가 유용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유용한 일을 하기 위하여 기를 쓰고 쌍둥이 빌딩을 세웠고 또 기를 쓰고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나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지금 우리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새겨진 것은 오히려 프티의 무용한 정열, 그리고 그의 모험과 자유가 아닐까요. 눈 덮인 히말라야 정상에 깃발을 꽂거나 아픔을 참고 빙판 위에서 새처럼 날게 하는 것은 오직 무용한 것에 대한 정열입니다. 참다운 삶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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