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만화 본질은 휴머니즘”…日호러만화 대가 히노씨 방한

  • 입력 2007년 2월 17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사진 제공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괴기스러운 귀신, 피가 난무하는 괴물을 통해 역설적으로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사람이 일본 공포 만화의 대가인 히노 히데시(日野日出志·61·사진) 씨란 말인가.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07 문화원형 콘퍼런스’에서 강연한 그는 ‘공포’ ‘호러’란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이미지였다. 히노 씨의 ‘지옥소송’과 ‘공포 열차’는 영화화됐으며 ‘지옥도’ ‘붉은 뱀’ ‘조로쿠의 기묘한 병’은 국내의 호러 마니아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포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스포츠와 개그 만화에 도전했지만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없었다. 갑자기 일본 전통 민화, 전설 속 요괴를 소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무섭기보다 근대 제국주의 일본의 광기와 패망, 좌절, 초고속 성장 속 사회의 모순 등이 녹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공포 만화의 매력은….

“일상을 부수는 파격의 미가 아닐까. 호러 만화에서 괴물, 귀신들은 사람들의 손에 죽는데 이는 소외된 사람들의 가련함, 슬픔과 연결된다. 인간 차별, 소외를 말하고 싶다. ‘조로쿠의 기묘한 병’의 경우 잔인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다르다. 한국 초등학생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주인공이 너무 불쌍해 책을 껴안고 잤다는 것이다. 이게 휴머니즘이다.”

―피가 튀기는 세계를 다루다 보면 정신적으로 어두워지지 않는가.

“맞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죽음에 관한 만화를 그려야 해 괴로웠다. 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슬퍼도 다른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피에로 같은….” 그는 잠시 숙연해지다 이내 웃었다.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이다. 이현세 씨 등 한국 작가들과 술도 즐겨 마신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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