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刊이 名刊이더라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윤흥길 씨의 소설 ‘장마’(민음사)는 지난해 2만여 부가 팔렸다. 지난해 민음사의 한국문학 매출 상위 5순위 내에 가뿐히 든다. ‘장마’가 출간된 때는 1970년대 말. ‘장마’는 놀랍게도 해마다 2만∼3만 부가 꾸준하게 나간다. “스테디셀러일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을 꾸려 갈 수 있도록 받쳐 주는 튼튼한 버팀목”이라는 게 민음사 장은수 대표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문학전문 출판사들의 매출은 구간(舊刊) 서적에 70∼80% 기대고 있다. 이 가운데 웬만한 신간 판매량을 앞지르는 굵직한 스테디셀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스테디셀러들은 이른바 한국문학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셈이다.

‘장마’에 이은 민음사의 효자 상품은 출간 20년이 넘은 전상국 씨의 ‘우상의 눈물’. 매해 1만5000∼2만 부가 나간다. 민음사에서 나온 이문열 씨 소설의 경우 매해 30만 부 이상 팔리는 ‘삼국지’를 제외하고도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이 한 해 평균 1만5000부 팔린다.

1961년 출간된 최인훈 씨의 ‘광장/구운몽’(문학과지성사)은 지금도 한 해 평균 3만5000∼4만 부가 나간다. 이어 이청준 씨의 ‘당신들의 천국’(1만5000∼2만 부),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 이문구 씨의 ‘관촌수필’(이상 약 1만 부), 윤흥길 씨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약 8000부) 등이 문학과지성사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낸다. 2000년까지 나왔던 조세희 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그해 7월 이성과힘 출판사로 옮겼다)도 해마다 2만 부 이상 팔리는 위력을 자랑했다.

창비의 경우 1990년 나온 이은성 씨의 ‘소설 동의보감’이 매해 3만 부 이상 팔리는 주요 스테디셀러. 매해 2만여 부가 나가는 ‘장길산’을 비롯해 2000년 이후 나온 ‘오래된 정원’ ‘손님’ 등이 연평균 1만 부 이상 팔리는 등 황석영 씨의 소설도 탄탄한 독자층이 있다. 스타 시인 김용택 정호승 안도현 씨의 시집도 매해 5000부 이상 팔린다. 이들 스타 작가는 새 책이 나오면 예전에 나온 책들도 몇 천 부씩 함께 팔리는 게 특징이다.

젊은 문인들을 활발하게 발굴해 온 문학동네 출판사의 경우 신경숙 씨의 ‘외딴 방’과 ‘깊은 슬픔’, 은희경 씨의 ‘새의 선물’은 매해 1만 부 안팎으로 판매된다. 해마다 5만∼6만 부가 나가는 안도현 씨의 ‘연어’는 이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이렇듯 일정 부수가 꾸준하게 판매되는 ‘베이스캠프’들은 어지간한 신간보다 성과가 나은 게 사실. 초판 3000부도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문학시장이 위축된 데다 최근 몇 년 새 신간의 회전율이 짧아지면서 독자들이 낯선 신간보다는 유명세가 있는 구간 서적에 손이 간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모든 구간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문학의 베이스캠프를 살펴보면 대부분 문학에 입문하는 젊은이들이 ‘교과서’처럼 찾아 읽는 책들이다. 문학적 성취와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하게 재해석되는 작품들이다. 더불어 수능 시험에서 교과서 밖 지문으로 자주 출제되는 등 실질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김정혜 창비 문학팀장은 “5∼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상품 10여 종이 있어야 문학출판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창비▼

▼문학동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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